[사설] 폭염시대에 전기가 갖는 의미
- sungmi park
- 7월 11일
- 3분 분량
가열되는 지구에서 폭염은 더 뜨겁게 어김없이 찾아온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김용만 대표 편집인
더워도 너무 덥다. “날씨가 미쳐 돌아가고 있다”고들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살인적인 폭염 한가운데 있다. 기상청은 7월 1일 장마가 끝났다고 알렸다. 비가 온 것 같지도 않은데 장마가 지나갔다고 한다. 예년대로라면 장마는 7월 말 정도 돼야 지나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말이다. 폭염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전체를 누르고 있다. 유럽 할머니들은 평생 겪어보지 못한 더위라고 힘든 상황을 호소하고 있다. 통계가 보여 주는 숫자만 봐도 당대를 넘어 할머니의 할머니들이 겪은 그 어떤 더위보다 덥다. 우습고 슬픈 비극은 올 여름이 앞으로 살게 될 그 어떤 여름보다 시원하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에어컨’이 없는 여름을 상상할 수 없다. 에어컨은 애초 인쇄회사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종이의 팽창과 수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했다. 에어컨을 발명한 윌리스 캐리어도 후손들에게 닥칠 이 엄청난 더위를 감히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냉장고의 원리를 적용한 에어컨은 단순히 온도를 낮추는 것뿐 아니라 습도 조절, 공기 순환, 환기, 공기 정화기능까지 갖고 있다. 현대문명은 이 공기조화 장치의 바람 아래서 만들어졌으며 인류가 살아가는 방식과 종의 분포 지형을 바꿔 놓았다. 에어컨 없는 인류의 현대적 삶을 상상하기 힘들다. 에어컨은 전자제품이므로 전기로 움직인다.
‘전기화(電氣化)’는 현대사회를 나타내는 주요 특징이다. 전기가 상용화된 지 150년 남짓 되었다. 가정과 산업이 전력 기반으로 전환되면서 현대문명의 기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전기를 필요한 곳에 공급하기 위해 발전소가 지어지고 송배전망이 구축되었다. 공장에서는 전기로 작동하는 편리한 제품들을 대량으로 생산했다. 문제는 발전소에서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가지고 전기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채굴된 화석연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지구를 뜨겁게 만들었다. 기후위기에 직면한 인류는 새로운 ‘전기화’를 추진하고 있다.
무한에 가까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기화’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온실가스 배출 없이 전기를 얻는 일이니 바람직한 길이다. 이번 ‘전기화’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대체로 동의하는 모양새다. 중요한 건 속도다. 나라마다 처한 상황과 형편이 다르다고는 하나 방향을 거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초기 설비 투자가 크다고는 하나 장기적으로 따져 보면 기존 화석연료보다 발전 단가가 훨씬 저렴하니 안 할 이유가 없다. 경제 논리로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일이다. 다만 지구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점이 관건이다. 적극적인 의도와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언론과 미디어에서 재생에너지에 대해 계속 언급하니 인류가 대단한 진전을 이룬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1차 에너지 기준으로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 중 80% 넘게 화석연료가 차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종류를 다 긁어모아도 12% 안팎이다. 전력 생산 비중을 봐도 30%가 재생에너지이고 61%가 화석연료다. 전체 에너지 소비 중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다. 우리나라는 국내 에너지 소비 중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21% 정도다. 전력 생산 비중은 10%가 재생에너지이고 화석연료 60%, 원자력이 30% 이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에너지 전환도 더딘 현실이다. 특히 전기화 진척이 세계 수준 대비 평균 이하다. 전기화 비중을 늘리는 데 원자력을 어떻게 활용 할 것인지는 일단 논외로 하자. 화석연료 감소와 퇴출을 일관된 사회적 합의로 두자. ‘전기화 가속’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하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전략이다. 전기화의 핵심은 화석연료 직 연소 대신 전기 사용으로의 전환이다. 이때 전기는 ‘탈탄소 전기’를 전제로 한다. 국내 에너지 소비의 30%를 차지하는 수송과 난방 부문은 전기로 전환의 개선 여지가 큰 영역이다.
사용하는 에너지를 전기로 대체해 갈수록 기후 이상 변화와의 싸움에서 이길 가능성이 커진다고 본다. 탈탄소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전기가 많아지면 그 만큼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영역이 줄어 든다. 사회의 모든 것을 전기화할 수 있다면, 필요한 모든 전력을 탄소 배출 없고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면, 기후위기라는 단어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질지 모른다. 전기화가 가속되면 물론 전력 수요가 폭증한다. 수요에 맞게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는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한다. 송배전의 혁신, 대규모 에너지 저장 장치, 수소와 연계, 스마트 전력망 등 공급 인프라 재편이 동반되는 건 필수다.
기후위기 시대, 전기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담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150년 전 토마스 에디슨이 대중화시킬 때만 해도 전기는 생활 편익을 위한 ‘문명의 이기(利器)’ 이상이 아니었다. 2025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전기는 불투명한 미래가 아닌 예측 가능한 미래를 향하는 돌파구가 되고 있다. 전기는 보이지 않지만 사고팔 수 있는 물건이다. 누군가에게는 자산가치가 있는 사유물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셈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행인 건 그 계산으로도 이미 유리한 지점을 지났으니 남은 건 의지와 속도다.
여름 폭염이 닥칠 때마다 샴쌍둥이처럼 에어컨이 사람들 입 도마에 오르곤 한다. 폭염이 에어컨 사용을 급증시키고 전력소비가 급등하면 발전소에 부하가 걸리고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 다시 폭염을 격화시킨다는 ‘악순환 고리’ 이야기다. 더우면 에어컨을 켜는 게 맞다. 친환경 냉방 장치를 말하지만 요즘 같은 더위에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늘어나는 전력수요가 문제가 아니다. 청정한 전기 수요가 증가하는 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순리다. 중요한 건 전력의 분배와 그 이용에 소외되는 계층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에어컨 보급률 90%에 육박하는 나라에서 폭염에도 에어컨을 틀지 못해 죽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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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탄소 기반 전기화를 가속하는 것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현실적인 방법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