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 | 순환경제 생태계, 현재의 재활용 시스템으로는 어려워
- Theodore

- 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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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5 최민욱 기자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 전략이 제시되었고, 그 핵심 실행 수단으로 ‘순환경제 생태계 조성’이 강조됐다. 그러나 현재의 재활용 시스템은 이 목표를 실현하기에 구조상 불안정한 상태다. 기술적으로는 첨단 소재와 복합 포장재의 확산으로 기존의 분리 배출 방식만으로는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워졌고, 행정적으로는 환경부의 정책 방향이 자주 바뀌면서 전국적 협업과 일관된 실행 전략이 부재한 상황이다. 시장 측면에서는 자원 회수 업무가 대부분 민간에 위탁된 가운데, 최근 재활용 산업이 사모펀드 중심으로 재편되며 단기 수익을 우선하는 투자 구조가 형성됐다. 실험적 대안으로 추진된 서울시의 지역 거점 시설, 제로웨이스트 상점, 리페어숍 등 민간 주도 모델들도 지속 운영에는 실패하며 확산 가능성에 의문을 남기고 있다. 이처럼 기술, 정책, 시장, 참여 기반 모두에서 병목이 발생하며 순환경제 정책은 실행 이전 단계에서 구조적 제약에 직면해 있다.

정체된 분리 배출, 늘어나는 오염 폐기물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재활용률을 자랑하지만, 실제 수치는 2010년 이후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7차 전국 폐기물 통계조사에 따르면, 재활용률은 지난 10여 년간 답보 상태였으며, 2020년 이후에는 잔재물을 통계에서 제외하는 방식이 도입되면서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로 전환됐다. 이는 그간의 성과 일부가 통계 처리 방식에 기인한 착시에 불과했음을 보여 준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재활용 가능 자원이 종량제 봉투에 섞여 버려지는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종량제 봉투 내 재활용 가능 자원의 비율은 39%에서 60%로 확대됐고, 특히 플라스틱은 9%에서 32%로 폭증했다. 이는 자원을 회수하는 가장 앞 단계에서부터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명확한 신호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분리배출량의 문제가 아니라, 회수되는 재활용품의 품질 저하라는 더 구조적인 위기로 이어진다. 배경에는 1인 가구의 증가와 배달 식문화의 확산 등 사회 구조의 변화가 있다. 배달 용기의 경우 음식물 찌꺼기로 오염된 상태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 시민들은 이를 세척해 분리 배출하기를 꺼리게 된다. 그 결과 다량의 오염된 자원이 수거되어도 고품질 재생원료로 활용되기 어렵고, 다수는 저급 소재로 단순 재활용되거나 소각·매립된다. 결국 현재의 시스템은 양적으로는 정체되고, 질적으로는 후퇴하는 이중의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공공과 민간의 경계, 비효율의 시작점
현재 재활용품 수거 체계는 주거 유형에 따라 단독주택은 공공, 공동주택은 민간이 담당하는 이원적 구조로 운영된다. 이 같은 구조적 분리는 재활용품의 품질과 수거 효율에서 근본적인 격차를 만들어 내며, 특히 공공 수거 시스템의 물리적 취약성을 심화시킨다. 단독주택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 수거는 별도의 분리배출 공간이 부족해 혼합 배출이 빈번하다. 설령 시민이 품목별로 분리해 배출하더라도, 수거 과정에서 압축 차량에 의해 자원이 다시 뒤섞이고 파손되는 일이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유리병은 깨지고, 잔여 오염물질이 종이나 플라스틱을 오염시켜 전체 자원의 재활용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반면, 공동주택은 단지 내 분리수거함과 민간 계약 수거 시스템 덕분에 상대적으로 품질이 높은 재활용품 흐름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시장 가격의 변동성에 매우 취약하다. 2018년 발생한 폐기물 대란 당시, 폐지·플라스틱 가격이 급락하자 일부 민간 업체들이 수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면서 재활용 시스템 전체가 마비 상태에 빠졌다. 이는 민간 수거 구조가 공공서비스가 아닌 수익성에 기반해 작동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 준다.
결국 공공 수거는 인프라의 물리적 한계에, 민간 수거는 경제적 불안정성에 노출돼 있다. 두 시스템 모두 독립적으로는 완결성을 갖추지 못한 채, 불안정한 균형 위에서 유지되고 있을 뿐이다.
자원의 무덤, 재활용 선별장
배출과 수거 단계를 거쳐 선별장에 도착한 재활용품조차 온전히 자원으로 회수되지 못하고 있다. 공공과 민간을 불문하고, 현재의 선별 시설은 점점 복잡해지는 폐기물 구성과 높아지는 오염도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기술적·운영적 역량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선별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자원이 탈락해 결국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2024년 서울시 공공 선별시설의 잔재물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종 폐기되는 잔재물의 51.9%는 실제로는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이었다. 이 중 플라스틱(21.0%)과 종이류(20.2%)가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는 선별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수치다. 특히 공공 선별장은 계란판, 도시락 용기(PET 시트 트레이), 알루미늄이 포함된 멸균팩 등 다양한 품목을 선별하지 않고 그대로 폐기하는 사례가 많다. 이는 기술적 한계 때문이 아니라, 비용 대비 효율성이 낮은 품목을 배제하는 운영상의 선택이다.
서울시 공공 선별시설의 평균 선별률은 61.4%로, 민간 시설의 66.1%에 못 미친다. 그러나 양측 모두 순환경제 체계가 요구하는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금의 선별 시스템은 단순 처리시설이 아니라, 자원의 생애 주기를 결정짓는 핵심 기반 시설로 재인식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공공의 적극적 투자와 기술 현대화가 불가피하다.
사모펀드의 폐기물 시장 진입, 금융화가 위협하는 재활용 안보
최근 폐기물 처리 시장이 사모펀드(PE)의 주요 투자처로 부상하며, 급격한 금융화와 시장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 진입 장벽이 높은 인허가 제도와 안정적인 현금 흐름 구조는 폐기물 산업을 ‘수익성 높은 자산’으로 만들었고, 그 결과 IMM인베스트먼트의 에코비트 인수, EQT파트너스의 KJ환경 인수 등 조 단위 M&A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년간 사모펀드가 폐기물·수처리 산업에 투자한 금액은 약 5조5천억 원에 달한다.
이러한 자본 유입은 일부 시설 현대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공공 서비스로서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구조적 리스크를 동반한다.
첫째, 사모펀드는 단기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뒤 매각하는 전략을 택한다. 이 과정에서 처리 단가 인상 압력이 커지고, 그 부담은 지자체와 시민에게 전가된다.
둘째, ’인수 후 엑시트(exit)’라는 금융 논리는 장기적 안정성이 핵심인 공공 인프라의 운영 원칙과 충돌한다. 투자 전략의 급격한 변화나 매각은 지역 폐기물 처리 체계에 예고 없는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셋째, 수익성 중심의 경영은 낮은 단가의 재활용품 선별을 기피하게 만들고,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로 지급되는 공적 지원금이 사모펀드가 소유한 대형 기업의 이윤으로 전용되는 왜곡을 초래한다.
넷째, M&A를 통한 시장 집중도가 빠르게 높아지면서, 미국처럼 소수 대형 사업자가 시장을 과점하는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다. 가격 결정권을 소수가 독점하게 되면 공공의 통제력은 약화되고, 서비스 접근성이나 가격 안정성도 크게 훼손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폐기물 시장의 금융화는 국가 차원의 폐기물 감량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인센티브 왜곡을 낳는다. 현재 폐기물 처리 기업의 수익 모델은 처리량에 비례하기 때문에, 감량이 성공할수록 기업 수익은 감소한다. 이 구조는 기업들이 폐기물 감축 정책에 반대 로비를 펼치고, 정책 저지를 위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유인을 강화한다. 결과적으로, 시장 논리가 공공 목표를 저해하는 구조적 모순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민간 의존에서 공공 책임으로, 재활용 시스템을 국가 안보로 재정의해야
현행 재활용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과 반복되는 시장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활용을 민간 수익사업의 영역이 아닌 국가 핵심 인프라로 전환하는 정책 패러다임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폐기물 및 자원 관리는 단순한 생활편의나 환경미화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건강, 환경 안전, 산업 지속성을 떠받치는 공공 시스템이자, 국가 안보의 일부로 간주해야 할 문제다.
2018년 ‘폐기물 수거 대란’은 민간 시장의 수익성 논리에 따라 재활용품 수거가 중단되면서, 재활용 체계 전반이 마비되고 시민 생활에 직접적인 혼란이 발생한 대표적 사례다. 이는 폐기물 처리 시스템의 붕괴가 단지 행정적 실패가 아닌, 공동체 기능의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명백한 안보 리스크임을 보여 준다.
또한, 국제 원자재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심화되는 시대에, 고품질 재생원료를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경제 안보의 필수 요소다. 그러나 수익성을 최우선하는 민간 시장은 수요·가격에 따라 자원 선별 품목을 조정하거나, 고비용 저수익 자원 회수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공공이 주도하는 자원관리 시스템은 수익성보다 국가 전략과 자원 주권 확보를 우선할 수 있는 유일한 체계다.
결국, 재활용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단순한 예산 지출이 아니라, 에너지망·식수망과 동등한 전략 자산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재활용률 향상이 아니라, 회복탄력성과 위기 대응력 확보라는 국가적 목표를 중심에 두는 것이 현재 시스템 전환의 출발점이다.
파편화된 정책, 무너지는 순환경제 전환 기반
순환경제로의 이행은 정책의 일관성, 제도적 연속성, 중앙과 지방의 통합적 거버넌스를 핵심 전제로 한다. 그러나 최근 자원순환 정책 전반에서 중앙정부의 리더십 부재, 방향성의 잦은 변경, 지방정부로의 실행 책임 전가가 반복되며 정책 시스템은 갈수록 파편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당초 전국 시행을 예고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시행 직전 돌연 취소되어 제주와 세종만 시범 운영 중이다.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계획도 강제력이 없는 권고 수준에 그치면서 지자체나 업계의 실제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이처럼 정책이 단기적 반발이나 이해관계 조정 실패로 후퇴하거나 보류되는 구조는 현장의 예측 가능성과 실행력을 동시에 무너뜨린다.
2023년 말 환경부가 일회용 컵 규제를 ‘지자체 자율 시행’으로 전환하자 참여 업체 수는 급감했고, 시민들은 “정부가 빠졌는데 왜 보증금을 내야 하느냐”며 제도에 대한 신뢰 자체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중앙정부의 반복적 유예와 후퇴는 정책의 규범성과 공공성을 훼손하고, 자원순환 정책의 이행력은 지역별로 편차와 격차만 확대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정책 단절과 행정 분절 구조를 해결하려면, 중앙정부가 자원순환 정책의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분명히 수행해야 한다. 단일 부처 차원의 임시 대책이 아닌, 자원순환 정책을 총괄·조정할 독립적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각 지자체의 정책 이행을 지원하고 조율할 범국가적 운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순환경제 전환은 국가 전략이며, 이를 위해서는 정책의 연속성과 수직적 책임 구조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전시행정이 되어 버린 서울시 리앤업사이클플라자
서울시는 지역 기반 자원순환 거점 공간으로 ‘리앤업사이클플라자’를 조성해 왔다. 서대문구 리앤업사이클플라자는 기존 노후 재활용센터를 철거하고, 1473㎡ 규모의 전시·체험 중심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폐기물이 어떻게 새로운 자원으로 전환되는지를 시각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강동구 리앤업플라자는 폐가전·가구의 선별과 수리를 위한 시설(1층), 의류·생활소품의 셀프 수선 공간(2층), 세척 및 재판매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어 실질적인 재사용까지 염두에 둔 구조다.
하지만 두 시설 모두 지역 시범사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서대문 플라자는 전시 중심의 공간 구성 탓에 방문객이 제한적이며, 강동 플라자 역시 처리 규모가 지역 폐기물 발생량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설들이 지자체 단위의 개별 실험으로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상시 운영 예산과 전담 전문인력 확보를 전제로 한 중장기 계획 하에 전국적 모델로 확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로선 홍보와 체험에 치우쳐 있으며, 실질적 자원회수나 산업 연계 측면에서 순환경제 인프라로 기능하기엔 구조적 한계가 명확하다.
제로웨이스트숍·리페어숍의 연속된 실패
포장재 재사용을 유도하는 제로웨이스트숍과 생활용품을 수선해 사용하는 리페어숍은 순환경제 확산의 상징적 모델로 주목받았지만, 대부분 단기적 유행에 그치고 폐업하거나 축소 운영 중이다. 팬데믹 이후 친환경 소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2019~2021년 사이 전국적으로 관련 매장이 빠르게 늘었지만, 2022년 이후 급격한 폐점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 사회적기업 대표는 “팬데믹 이후 ‘미니멀리즘’이나 ‘친환경 소비’ 트렌드에 편승해 수요가 늘었지만, 생활 전반에 녹아들기에는 구조적 제약이 너무 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제로웨이스트숍은 실천 의지가 강한 일부 시민층의 제한된 소비에 의존하고 있었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한 채 고정비 부담과 낮은 회전율로 운영상 지속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친환경’이라는 가치만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한 시장 구조가 확인된 셈이다.
리페어숍 또한 유사한 경로를 밟았다. 폐가전, 생활용품, 의류 등을 수리해 쓰는 자원순환 모델이 다수의 단체나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운영됐으나, 대부분이 단기 이벤트 또는 비정기적 활동에 그쳤다. 전문인력 부족, 부품 공급의 비효율성, 공공 인프라 부재 등으로 인해 지역사회 내 일상적 서비스로 정착하지 못했고, 민간 자율 운영만으로는 지속가능성과 확장성 모두 확보하지 못한 구조적 한계가 분명히 드러났다.
결국 이러한 민간 중심 모델은 시민 자발성에 기반한 ‘개별적 실천’ 수준에 머물렀으며, 위기 상황이나 경기 악화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는 평가다. 공공이 이를 단순한 캠페인 차원이 아닌 지속가능한 지역 기반 인프라로 전환하는 정책적 개입이 없이는, 순환경제의 실질적 확산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역 거점 재활용센터 공공 운영, 왜 필요한가
민간 위탁 중심의 재활용 인프라는 수익성과 시장 논리에 따라 운영되며, 그 결과 선별 품목의 편중, 설비 투자 부족, 노동 불안정 등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지역 거점 재활용센터를 공공시설로 전환하고, 이를 기반으로 책임 있는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서울 구로구 자원순환센터 사례는 공공 개입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 해당 센터의 노동조합은 “구청 직고용은 이루지 못했지만, 각종 수당과 휴가 보장은 확보했다”며, 공공 영역과의 교섭 구조가 노동 조건 개선에 실질적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이는 단순 위탁 모델에 비해 행정이 직접 개입할 때 시설 운영의 안정성과 노동자의 권리 보장이 개선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지역 재활용센터를 단순 선별장을 넘어 ‘자원순환 복합기지’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거–선별–가공은 물론, 수리·재사용·교육·판매 기능까지 통합된 구조로 전환할 경우, 지역 내 자원순환은 물론 소규모 자원순환 생태계와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가 위탁 수준을 넘어서 예산 편성과 운영 권한을 갖는 직접 운영 체계를 갖춰야 한다. 지금처럼 단기 위탁계약 구조에 머물러선 수익성이 낮은 품목은 계속 외면받고, 설비 현대화나 고용 안정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재활용품은 시민 공동의 자산이며, 수익성이 아니라 공익성과 환경 안정성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는 점에서 공공 운영은 선택이 아닌 전환의 전제 조건이다.
공공 선별장·회수 시스템, 공공화와 표준화가 시급
재활용 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선별과 회수 시스템의 공공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전국 182개 공공 선별장 중 71.4%가 여전히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오염된 재활용품의 상당수가 선별되지 못하고 소각·매립으로 직행하는 구조다. 자동화율이 낮고 설비가 낙후된 채 유지되는 이유는 지속적인 투자와 운영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민간 선별장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시장 변동성과 단가 압박 속에서 자동화 설비 도입이나 품목 다변화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선별률을 높이고 자원 회수 품질을 제고하려면, 민간과 공공을 포함한 모든 선별 시설에 대한 공공의 직·간접 운영 확대와 함께, 통일된 설비 기준과 기술 표준을 적용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전국 선별시설의 공공 전환과 자동화 설비 도입, 회수·선별 인력의 고용 조건 표준화를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 주도 통합 시스템이 마련되면, 현재 지역마다 격차가 심한 선별 효율을 균등하게 끌어올리고, 지속가능한 고품질 자원 순환 체계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는 순환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물리적 인프라이자, 국가 차원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핵심 기반이기도 하다. 현재처럼 개별 지자체와 민간 사업자에 의존한 파편화된 시스템으로는 순환경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기술 장벽, 행정 공백, 시장 구조의 문제를 넘어서는 국가 차원의 강력한 정책 개입과 예산 투입, 그리고 일관된 표준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 재활용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단순한 예산 지출이 아니라, 에너지망·식수망과 동등한 전략 자산으로 간주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