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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처리 | 탄소중립 전략에서 소외된 폐기물 정책, 기후 대응의 핵심 수단으로 재정립해야

2025-12-11 최민욱 기자

한국의 폐기물 정책은 여전히 처리 중심에 머물러 탄소중립 전략에서 소외되어 있다. 공식 재활용률은 80%를 넘지만 실제 순환률은 20% 내외에 불과하며, 소각 열회수까지 성과로 계산되는 지표 한계도 크다. 매립 메탄과 소각 CO₂는 강력한 온실가스이지만 정책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폐기물 분류 기준과 법·제도, 성과 지표를 탄소 감축 중심으로 전환해 폐기물을 기후 대응의 핵심 수단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성동구, 분리된 배출된 재활용품이 골목을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 Planet03 DB
성동구, 분리된 배출된 재활용품이 골목을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 Planet03 DB

탄소중립 전략에서 소외된 폐기물 정책


한국의 폐기물 관리 정책은 여전히 처리와 사후 규제 중심에 머물러 있다. 생활·사업장·지정 폐기물 등으로 구분되는 현행 분류 체계도 행정 편의와 사후 처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순환경제”와 “재활용 확대”를 내세우지만, 정작 폐기물은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폐기물을 줄이고 안전하게 처리하는 데 급급한 현재의 접근으로는 탄소중립 시대의 새로운 과제에 부응하기 어렵다. 폐기물 문제가 기후위기 대응의 전략적 영역으로 격상되지 못한 채 자원순환 정책의 하위 분야 정도로 취급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 결과 폐기물 관리와 기후 정책은 따로 놀고 있으며, 폐기물이 지닌 탄소 감축 잠재력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폐기물 활용, 탄소 배출 비중은 작지만 임팩트 있어


성동구 폐기물 처리시설에 쌓인 쓰레기 산. 폐기물은 방치하면 환경오염원이 되지만, 이를 잘 활용하면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귀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사진. 플래닛03 DB
성동구 폐기물 처리시설에 쌓인 쓰레기 산. 폐기물은 방치하면 환경오염원이 되지만, 이를 잘 활용하면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귀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사진. 플래닛03 DB

통계상 폐기물 부문의 온실가스 비중은 높지 않다. 2020년 기준 폐기물 부문의 배출량은 전체 온실가스의 약 2.5% 수준이다. 그러나 이 숫자만으로 폐기물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폐기물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80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이며, 소각 과정에서도 상당한 CO₂가 배출된다. 한국은 글로벌 메탄서약에 동참하며 2030년까지 폐기물 부문 메탄 배출을 2018년 대비 46.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폐기물 관리가 단순 환경 위생을 넘어 기후 대응에 직결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폐기물의 탄소 감축 잠재력은 간접적 영향까지 고려해야 그 진가가 드러난다. 재활용과 자원순환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면 원자재 채굴과 신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탄소 배출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LCA 연구(UNEP·WRAP 등)에 따르면, 폐플라스틱 1t 재활용 시 약 1.5~3tCO₂ 감축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겉으로는 비중이 작아 보이지만, 폐기물 분야를 제대로 관리하면 국가 탄소 감축 목표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이유다.


폐기물 분류부터 ‘탄소 중심’으로 전환해야


탄소중립 시대, 폐기물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지금처럼 폐기물 종류나 발생 주체에 따라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 가능성에 따라 분류하고 대응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유기성 폐기물은 매립 시 대량의 메탄을 발생시키므로 별도 분리·자원화하여 메탄 발생을 억제해야 한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소각 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만 재활용 시 탄소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에 재활용 중심으로 관리 전략을 짜야 한다.


이러한 탄소 중심형 폐기물 관리체계로의 전환에는 법·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현재 폐기물관리법과 자원순환 관련 법령은 폐기물 등급별 처리 절차와 규제에 집중되어 있을 뿐, 기후변화 대응과의 연계 조항은 거의 없다. 앞으로는 폐기물 정책을 수립할 때 탄소 배출 영향 평가를 포함해야 한다. 대규모 개발사업에 기후영향평가를 도입하듯이 폐기물 관리계획에도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평가·반영하는 방식이 제안될 수 있다.


또한 폐기물 처리 시설 역시 탄소 배출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와 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 이렇게 해야 폐기물 분야가 탄소중립 정책의 전체 체계 안에 들어올 수 있다. 요컨대 폐기물 분류 기준, 관리 전략, 법적 체계를 탄소중립 목표에 맞게 재편하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재활용률 함정, 성과 지표 재구성이 필요해


2025년 1월 시행된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은 여전히 중량 기반의 지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미지_자원순환마루
2025년 1월 시행된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은 여전히 중량 기반의 지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미지_자원순환마루

한국 정부는 매년 높은 재활용률을 성과로 내세우며 “재활용 대국”을 자처해 왔다. 2023년 기준 국내 폐기물 재활용률은 86.8%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숫자에는 함정이 있다. 그린피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실질적인 재활용이라 볼 수 있는 ‘물질 재활용률’은 16.4%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정부 통계에 소각 시 회수된 에너지 양까지 재활용 실적으로 포함되는 등 지표 산정 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분리 배출은 잘 이루어지지만, 수거된 재활용품 상당 부분이 최종적으로 소각·매립되는 현실을 숫자가 가리고 있는 셈이다.


재활용률 중심의 성과 지표로는 폐기물 정책이 탄소중립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이에 성과 지표를 탄소 감축 효과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예컨대 폐기물 처리로 감축된 온실가스량, 재활용을 통해 절감한 원자재 생산 대비 탄소 감축량 같은 정량적 탄소지표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재활용률 1% 상승이 실제로 몇 톤의 CO₂ 감축으로 이어지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 재활용의 품질과 실효성까지 높아질 수 있다. 성과를 산정할 때도 단순 처리량이 아니라 탄소중립 기여도를 중심에 두어야 폐기물 정책이 기후 정책의 언어로 작동하게 된다.


폐기물, 탄소중립의 핵심 수단으로 재정립해야


수도권 직매립 금지 조치로 쓰레기 처리에 관심이 모아진 지금, 폐기물 정책을 다시 점검해 보기 좋은 시점이다. 폐기물을 단순히 태우고 묻어야 할 찌꺼기가 아니라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법·제도 개편, 지표 개선, 산업구조 혁신까지 포함한 종합적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정책 목표부터 전환해야 한다. 폐기물 발생 억제와 재활용률 제고를 넘어, 폐기물 부문의 온실가스 총배출을 일정 수준까지 감축하는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예컨대 2030년까지 폐기물 처리로 발생하는 직·간접 탄소 배출을 몇 퍼센트 줄일 것인지 로드맵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또한 탄소중립기본법 등 기후 관련 법령과 순환경제 전환법 등 폐기물 법령 간 정책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폐기물 정책 수립 시 기후 영향을 고려하도록 제도화하면 일관된 전략 추진이 가능하다.


재정적·경제적 유인도 조정해야 한다. 폐기물 감량과 자원순환을 통해 탄소 감축에 기여하는 지자체와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탄소 배출이 많은 폐기물 처리 방식에는 비용 부담이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이는 폐기물 분야에 탄소 비용을 내재화하여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국민 인식과 참여 역시 중요하다. 분리 배출과 자원순환이 곧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실천이 강화될 때 정책 효과는 커진다. 폐기물 정책을 자원순환의 하위 개념이 아닌 탄소중립의 한 축으로 격상시키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폐기물을 제대로 다스리는 것이 곧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임을 인식하고 과감한 전환에 나선다면, 폐기물은 기후위기 시대의 값진 자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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