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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호의 AI와 기후 ⑦ | 인간과 AI의 협업은 왜 여전히 미완성인가: 실패에서 배운다

인간과 AI는 서로 도와가며 일을 잘하고 있을까? 연구는 그렇지 않다. 동일한 문제를 따로따로 풀고 참고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결과는 AI만 그런 게 아니다. 둘 사이 조율이 어떤 리듬으로 작동할지를 설계하는 일이 필요하다. 혁신은 여전히 사람이 만들고 기술과 사람이 서로 진화하는 방식으로 설계하는 데서 시작된다.


2025-11-14 조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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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호 포스트에이아이 대표이사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 Michigan State University에서 Telecommunication으로 석사학위를,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Communication Studies-Organization Science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8년부터 오피니언라이브의 공동대표로 자연어처리와 인공지능 학습데이터 구축 지원 사업을 주도했다. AX(AI Transformation)와 개인화 기반의 Virtual Persona를 지향하는 포스트에이아이를 설립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신산업융합대학과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의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편집자 주] 기후위기 솔루션으로서 AI의 역할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미 AI는 기상 예측, 기후재난 대응, 탄소 감축, 에너지 그리드 등 기후 관련 다양한 솔루션에 쓰이고 있다. 기후 문제는 지구 상의 모든 곳, 모든 사건에 닿아 있기에 그만큼 복잡하고 다층적이어서 해결이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AI와 시민의 협업을 개념화하고 알려 온 필자에게서 기후위기 솔루션으로서 AI를 활용한 국내외 다양한 사례들을 듣고자 한다. 인간과 AI의 차이점이 낳은 협력의 근거들을 찾아 '우일신又日新'해 보자.


지난 기사


인간과 AI는 함께 일을 잘하고 있을까


인간과 인공지능이 팀을 이뤄 일하는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생성형 AI는 글을 쓰고, 데이터를 요약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초안을 제시한다. 기업은 AI를 조직의 업무 흐름에 통합하고, 일선에서는 사람과 AI가 공동으로 결정하는 구조를 실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겉보기에 "인간과 AI의 협업"이라는 장면을 이미 실현한 듯 보인다. 그러나 그 협업이 정말 ‘함께 일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협업이 실제로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


우리는 종종 기술의 진보를 새로운 가능성의 신호로 읽는다. 특히 AI가 일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지금, 협업이라는 개념은 기술적 융합의 자연스러운 귀결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같이 있는 것”과 “같이 잘 일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기술이 인간과 함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 관계가 신뢰 가능하고, 예측 가능하며, 상호 보완적인 방식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질문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AI와 인간은 과연 ‘같이 잘 일하고’ 있는가?


기대하던 시너지 효과는 없었다


최근 MIT의 집단지성 연구소에서 발표된 메타분석 결과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매우 신중하면서도 근본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발표된 100여 편의 실험 논문을 분석한 이 연구는 인간, AI, 인간-AI 협업 세 조건 모두에 대해 명시적으로 성과가 측정된 경우만을 대상으로 삼았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평균적으로 인간-AI 협업 시스템은 인간 단독 혹은 AI 단독보다 더 낮은 성과를 보였다. 특히 의사결정과 같이 정답이 명확하고 선택지가 제한된 과업에서는 협업으로 인한 성과 하락이 뚜렷했다. 기대되던 ‘시너지’는 일반화된 결과가 아니었다.


물론 모든 영역에서 동일한 패턴이 발견된 것은 아니다. 창의적인 생성 과업, 예를 들어 텍스트 작성이나 이미지 구상처럼 정답이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 업무에서는 인간-AI 협업이 오히려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그러나 이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기엔 근거가 부족했다. 즉, 협업이 어떤 조건 아래에서 효과를 내는지에 대한 정교한 이해 없이, 기술적 가능성만으로 시너지를 기대하는 태도는 현실적이지 않다.


동일한 문제를 따로따로 푼 후 참고에 머물다


이러한 결과는 AI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협업의 구조가 여전히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연구에 포함된 대부분의 실험은 인간이 AI의 조언을 받아 결정을 내리는 단선적인 협업 구조를 전제로 하고 있었다.


작업의 일부를 AI에게 위임하고, 나머지를 인간이 담당하는 식의 사전적 역할 분담 구조를 가진 실험은 전체의 3%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인간과 AI가 각자의 강점을 기반으로 분업적 협업을 수행하기보다는, 동일한 문제를 따로따로 푼 후 인간이 AI의 판단을 참고하는 형식에 머문 것이다. 그 결과, AI가 오히려 더 우수한 성과를 내는 과업에서도 인간의 개입이 성능을 저해하는 사례가 반복되었다.


AI만 그런 게 아니다, 과업을 재설계해야


이러한 장면은 사실 새롭지 않다. 과거의 여러 기술 도입 사례에서 우리는 비슷한 시행착오를 반복해 왔다. 전자차트 시스템이 처음 병원에 도입되었을 때, 기대했던 의사결정 속도의 향상이나 오류 감소는 실제로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수기로 정리되던 정보를 단지 디지털화했을 뿐, 의료진의 업무 흐름과 정보 접근 방식은 거의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CRM이나 ERP와 같은 기업용 정보 시스템도 마찬가지였다. 기술 자체의 정교함과는 별개로, 사용자의 실제 업무 구조, 판단 흐름, 조직 내 권한 배분과 정렬되지 않는다면 기술 수용은 오히려 혼란과 저항으로 귀결되곤 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기술 수용이 곧 성과로 이어진다는 단순한 인과를 경계하게 만든다. 기술은 수용되는 것에 의해서가 아니라, 과업이 재설계되는 구조 안에서만 효과를 갖는다. 인간과 AI의 협업 또한 마찬가지다. 기술이 조직에 들어오는 순간, 그것이 ‘일’이 되는 방식을 함께 바꾸지 않는다면, 새로운 도구는 낡은 방식에 종속되고 만다. 그리고 그 낡은 방식은 협업의 가능성을 가두는 프레임으로 작동한다.


둘 사이 조율이 어떤 리듬으로 작동할지를 설계하는 일


협업 설계의 전환을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는 명확하다. AI와 인간의 상대적 강점을 기준으로 사전적 역할 분담 구조를 설계해야 하며, 창의적 과업에서의 상호보완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실험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정확도 외에도 비용, 처리 시간, 예외 대응력, 사회적 수용성 등 다양한 성과 지표가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AI의 판단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느 수준의 신뢰를 가질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그 판단에 대해 누가 책임질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 가능성과 책임 구조가 명료하게 구축되어야 한다.


결국 인간과 AI의 협업은 “같이 있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술의 존재만으로 시너지가 자동적으로 발생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기술이 개입할수록, 우리는 구조와 설계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무엇을 사람이 하고, 무엇을 기계가 하며, 둘 사이의 조율이 어떤 리듬으로 작동할지를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협업의 시작점이다.


설계가 부재하다


지난 글에서 우리는 혁신을 두 가지 리듬—속도와 효율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기술 중심의 리듬과, 가치와 방향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인간 중심의 리듬—으로 나눈 바 있다. 이번 분석은 그 사이에 세 번째 리듬, 즉 협업을 구조화하는 설계의 리듬이 새롭게 개입해야 함을 시사한다.


기술은 속도를 만들고, 인간은 방향을 조정하며, 협업의 설계는 그 둘 사이의 긴장을 구조화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이 설계가 없을 때, 속도는 목적을 잃고, 방향은 추진력을 상실한다. 협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기술이 느려서가 아니라, 설계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AI가 우리에게 시간을 만들어 줄 때, 그 시간을 어디에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그리고 그 결정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협업이 기술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의 진보를 따라잡는 속도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방식을 다시 묻는 리듬이다.


혁신은 종종 기술에서 시작되지만, 그 의미는 결국 사람이 만든다. 이 협업의 시대에 진정한 혁신은, 기술과 사람이 서로를 소진시키지 않고 함께 진화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

조인호 대표의 [시민형 AI] 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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