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리포트12 ⑪ 해양산성화 | 해양산성화와 해양폭염은 쌍둥이 위협, 겹치는 연안지역 생명체 집단 폐사
- Dhandhan Kim
-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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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4 김복연 기자
올여름 한반도 폭염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이례적 확장과 정체가 주요 요인으로, 기상청은 이를 직접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바다가 비정상적으로 달궈지는 해양폭염 역시 대기를 강화하며 폭염을 장기화하는 배경 요인으로 작동한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연근해 수온은 지구 평균의 두 배 속도로 상승했고, KIOST는 2022년 동중국해 62일 해양폭염이 파키스탄 대홍수와 연결돼 있음을 밝혔다. 뜨거워진 바다는 인간의 폭염을 강화할 뿐 아니라 바다 생명체를 질식시키며, 근본 원인은 여전히 탄소 배출 증가라는 점을 보여 준다.

매년 여름이면 우리는 북태평양 고기압, 열돔, 제트기류 정체 같은 단어로 폭염을 설명해 왔다. 대기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짚어 주는 해설은 중요하다. 그러나 폭염을 대기 현상만으로 이해한다면, 전체 그림을 놓치게 된다. 지구의 열 저장고는 대기보다 훨씬 거대한 바다다. 뜨거워진 바다를 보지 않고는 폭염을 설명할 수 없다.
북태평양 고기압, 올여름 폭염의 주요 요인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여름 한반도 폭염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는 북태평양 고기압(여름철 동아시아 날씨를 좌우하는 거대한 고기압)의 이례적 확장과 정체였다.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발달한 고기압은 한반도 상공에 강한 남서풍을 불어 넣어 무더위를 조기 도입했고, 이후에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구름이 적고 비가 줄어들면서 태양 복사가 누적되어 지상은 ‘뚜껑 덮인 찜통’처럼 뜨겁게 달궈졌다. 그 결과 서울은 사상 최장 열대야 기록을 세웠고, 전국 곳곳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다. 질병관리청은 “2024년 8월 21일 기준 온열질환자가 3019명 발생해, 이는 2023년 누적 환자 수 2818명을 이미 넘어섰다”고 밝혔다.
올여름 폭염을 이야기할 때 북태평양 고기압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고기압의 강화와 정체 자체도 다른 기후 요인과 상호작용 속에서 설명되어야 한다.
해양폭염, 대기를 떠받치는 또 하나의 힘
해양폭염(Marine Heatwave,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비정상적으로 높고 오래 지속되는 현상)은 폭염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대기를 강화하는 중요한 배경 요인으로 작용한다. 해수가 비정상적으로 따뜻해지면 대기로 더 많은 열과 수증기가 공급되고, 이는 고기압의 세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 결과 육상에서는 폭염이 더 길고 강하게 이어진다.

KIOST(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따르면, 2022년 동중국해에서 62일 동안 이어진 해양폭염은 파키스탄 대홍수로 인한 원격상관(멀리 떨어진 지역의 기후 현상이 파동을 타고 다른 지역에 영향을 주는 ‘지구적 도미노 효과’)과 연계돼 발생했다는 연구가 있다. 당시 폭우로 인한 대기 파동이 동아시아 고기압을 정체시키고, 그 위에 바다가 달궈지면서 폭염이 증폭된 것이다. 즉, 폭염은 대기와 해양, 원격 기후 사건이 서로 얽혀 나타나는 복합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해양폭염은 왜 일어나는가?
과도한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연근해 표층수온은 1.58℃ 상승했다. 이는 지구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속도다. 동해는 이미 2℃ 넘게 올랐다. 전 세계적으로 바다는 인류가 배출한 초과 열의 90% 이상을 흡수했고, 이 열이 바다를 달구며 해양폭염의 빈도와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대기-해양 상호작용이 커진 것도 큰 이유다. 여름철 파키스탄·인도 지역의 폭우 같은 사건이 상층 대기에 많은 열을 공급하면, 로스비파(대기 중 거대한 파동)가 동쪽으로 전달되 동아시아 고기압을 강화한다. 이런 기류 정체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해양폭염은 더 쉽게 발생하고, 장기간 유지된다. 이렇듯 해양폭염은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기보다 기후변화와 대기 패턴, 원격상관이 복합적으로 작동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바다의 숨막힘, 인간만의 폭염이 아니다

해양폭염은 인간 사회의 폭염만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바닷속 생명체의 생존 조건도 위협한다. 표층이 뜨거워지면 성층 강화(뜨거운 물이 위에 뚜껑처럼 덮여 아래와 섞이지 않는 상태)가 일어나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이 줄어든다. 그 결과 바다 속에는 저산소수괴(산소가 거의 없어 산소 호흡 생물이 숨쉬기 어려운 ‘질식 구역’)가 형성되고, 이로 인해 어패류와 갑각류가 대규모 폐사한다. 산호와 해조류는 고수온과 성층 강화로 빛과 영양염 환경이 바뀌면서 추가적인 스트레스를 받아 산호 백화나 해조류 고사로 이어진다.
즉, 사람이 폭염 속에서 “숨이 막힌다”고 말하는 순간, 바다 생명체들은 실제로 산소 부족과 고수온의 이중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근본 원인, 탄소 배출
궁극적으로 모든 현상의 뿌리는 같다. 탄소 배출이 기후를 변화시키며, 지구온난화가 바다와 대기를 동시에 달구고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강화도, 해양폭염의 장기화도, 파키스탄 폭우의 파급 효과도 결국 온실가스 증가라는 더 큰 배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폭염을 단순한 계절적 사건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탄소를 줄이지 않는다면, 바다는 계속 뜨거워지고, 폭염은 더 잦고 강해질 것이다.
뜨거워진 바다를 봐야 한다
폭염의 원인을 이해하려면 단일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 북태평양 고기압이라는 대기 요인, 해양폭염이라는 바다 요인, 파키스탄 폭우 같은 원격 기후 사건, 그리고 그 모든 배경에 놓인 기후변화와 탄소 배출이 서로 얽혀 있다.
분명한 사실은 하나다. 뜨거워지는 바다를 두고는 폭염을 멈출 수 없다. 바다는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수온은 기록적으로 오르고, 그 속의 생명은 숨 막히고 있다. 폭염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더 이상 대기 현상에만 시선을 고정할 수 없다. 이제는 바다를 함께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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