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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픽션 '더 체인'ㅣ#11화. 조준

2025-09-25 정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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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해협 무력 대치가 사흘째로 접어든 2027년 10월 14일 오후, 미국의 대형 전략 수송기인 글로브마스터는 오산공군기지를 이륙해 대만으로 향했다. 이러한 작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코로나19가 대유행했던 2021년 6월에 이 수송기는 미국 상원의원 3명과 백신을 싣고 오산공군기지에서 이륙해 대만에 착륙한 적이 있었다. 이를 두고 미국이 중국의 대만 봉쇄와 같은 유사시에 대비해 일종의 ‘예행 연습’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었다.


실제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실제 상황이 벌어졌다. 중국이 대만의 해상 구역 ‘격리’에 이어 대만이 방공식별구역으로 지정한 공중 구역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선포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은 중국 인민해방군에 대응에 대비해 전투기와 전자전기 등이 이 수송기를 호위토록 했다. 글로브마스터가 이륙한 1시간 후에는 또 한 대의 수송기가 오산공군기지에 착륙했다.


글로브마스터 편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 100㎞까지 접근하자 중국의 전투기들이 대응 출격에 나섰다. 그러자 대만 전투기도 글로브마스터 호위에 가담했다. 수송기 편대가 방공식별구역에 다다르자 중국 전투기는 국제 VHF 주파수를 사용해 미군에 경고 호출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했다며 즉시 회항하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저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수송기 편대가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자 중국 전투기들은 바짝 다가서 경고 호출을 연이어 내보냈다.


미군 조종사들은 중국 전투기의 경고를 무시하면서 고도를 계속 낮췄다. 동시에 암호화된 채널을 통해 출격 태세를 갖춘 괌과 오키나와, 그리고 하와이의 인도태평양사령부로 상황을 실시간 전송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중국 전투기 계기판에 미국 전투기가 사격통제 레이더로 조준하고 있다는 표시가 떴다.


명령을 내려 달라


미국 전투기가 락온(Lock-on) 했다! HQ, 명령을 내려 달라.” “락온이 확실한가? 전자파가 많아지면서 오해한 것은 아닌가?” 중국 조종사의 다급한 목소리에 중국 동부전구 사령부 지휘센터장이 물었다. “실제 신호인지, 오해한 것인지 판단 불가이다. 일단 AI가 락온 신호를 준 상황이다.” “AI의 오인 가능성도 열어 둬라. 선제 사격은 안 된다. 일단 미군 전투기와 거리를 확보하라.”


일촉즉발의 위기를 뚫고 글로브마스터는 대만 북부의 화롄 공항 활주로에 착륙하자마자, 미리 나와 있던 대만 부대는 쉴 새 없이 하역 작업에 돌입했다. 중국의 중단거리 미사일 요격용인 패트리엇, 중국 드론을 무력화하기 위해 방해전파를 송출하는 전자전 장비 등이 하역되었다. 수송기 편대장은 글로브마스터를 호위한 전투기와 전자전기도 돌아가지 않고 화롄 공항에 임시 배치된다는 입장을 마중 나온 대만 사령관에게 통보했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사태를 두고 “중국의 주권 수호와 영토 완정을 위한 정당한 활동을 미국이 노골적으로 방해한 것”이라며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미군 전투기의 사격통제 레이더 가동은 “사실상의 교전 행위”라며, 유사 사태 재발 시 물리적 대응 조치를 단행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미국 국방부도 즉각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사격통제 레이더는 가동되지 않았다. 충돌 방지를 위한 표준 절차를 취했을 뿐이며, 이는 중국의 위협에 대비한 최소한의 경고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이 일방적으로 대만의 방공식별구역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선포한 것은 국제 규범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한국과 일본 대사를 차례로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한국 대사에게는 미군의 글로브마스터 수송기를 한국 영토에서 출발하도록 허용한 점을 문제 삼았고, 일본 대사에게는 가데나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미군 전투기 4대가 수송기 호위에 합류한 것에 대해 “명백한 공동책임”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는 두 나라 모두에 “해당 행동이 중국의 핵심 이익과 주권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며, 향후 유사한 행위가 반복될 경우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대해 일본 외무성은 강한 유감을 표하고 나섰다. 중국이 국제규범을 무시하면서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며 “일본 정부는 강압적인 방식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한국 정부 내에선 격론이 벌어졌다. 최서희 대통령이 소집한 NSC에서 최은정 외교부 장관은 중국에 유감을 표하는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체적인 의견도 이 방향으로 모아졌다. “대통령님, 저도 한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최서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한결이 말했다.


“미국에도 유감을 표하면서 자제 요청을 해야 합니다. 미국은 오산기지에서 공군기를 출격하기 전에 우리와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일방적인 통보만 있었을 뿐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유감조차 표명하지 않으면, 이러한 일들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다고 미국의 태도가 달라지겠습니까? 공연히 분란만 일으킬 겁니다.” 이태식 국방부 장관이 반박하고 나섰다. “지금은 중국을 힘으로 누를 때입니다. 한미일이 유관국들과 결속하면 중국도 어쩌지 못할 겁니다. 이번에도 보십시오. 중국이 꼬리를 내리지 않았습니까?”


“중국의 향후 행보를 어떻게 예단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의 자제력에 우리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이한결도 물러서지 않았다. 몇 차례 고성이 오가자 이중식 안보실장이 이한결을 제지하면서 말했다. “외교부는 중국에 유감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에는 비공개적인 방식으로 유감을 전달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최서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대만 해협 위기는 절정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의 항모 전단이 속속 도착해 대규모 해상 대치가 본격화된 것이다. 전 세계 언론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강대국 간의 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게 됐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

[글쓴이 주]

2027년 중국과 대만의 충돌, 미국의 개입, 그리고 한국·조선·일본·러시아 등이 엮여 있는 동맹의 체인이 맞물려 고조되는 동아시아 전쟁 위기, 위기를 지나 재앙으로 치닫는 기후변화, 그리고 배타적이거나 공유된 두려움…. 이들이 빚어 내는 대서사를 ‘리얼픽션’ 행태로 써 내려갑니다. 리얼픽션 '더 체인(the chain)'은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지금까지 벌어진 사건과 곧 일어날 수 있는 미래를 실감나게 전달하기 위해 필자가 도전해 본 영역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지난 줄거리

대만 해협의 포성은 거대한 전쟁의 서막에 불과했다. 미중 함대가 동아시아로 집결하며 일촉즉발의 상황,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진짜 위기는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다. 수화기 너머,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일본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한 순간, 그것이 완벽하게 설계된 함정의 시작이었음을 깨닫는다. '이것은 전쟁 행위'라는 북한의 섬뜩한 선언과 함께 동해에 나타난 러시아 함대. '사라예보의 총성'이 동아시아에서 재현되면서, 일본은 80년 만에 다시 전쟁이라는 악몽과 마주하는데...



북한 김정훈 위원장은 “조중우호 관계를 과시하면서도 전쟁의 불똥이 튀지 않게 할 방법”을 찾고자 한다. 미국은 대만 해협이 위기 상황이면 전투기, 핵항모 등 군사력의 입출입을 남한에 요구해 왔다. 최서희 대통령은 미국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분쟁에 연루되지 않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이 순간 최 대통령에게 전화 한 통이 오는데...



중국과 대만의 해상 대치 이틀째. 중국에 가까운 대만의 섬, 금문도에 있는 진먼대 류 교수는 서둘러 공항으로 이동했지만 공항은 폐쇄된다. 대만 라이창더 총통이 내린 비상명령권 발동에 대해 입법원의 승인 선거로 대만 정국은 국민당과 민진당으로 나눠져 혼란스럽다. 대만 전역에 사이렌이 울리고, 수백 기의 드론이...



대만 중국 군사 충돌 위기 리얼픽션. 이 시각, 한 일간지 신문의 편집국장, 기후팀장, 국방팀장이 회사 앞 술집에 모였다. 당초 초대형 태풍 발생 급증을 다룬 기사가 머리기사였다가 급하게 바뀌었다. 중국이 대만 땅 진먼다오에 샤진대교를 연결하겠다는 발표와 대만이 실력 저지하겠다는 소식으로 교체되었다. 중국이 회색지대 전술로 부전승을 노렸다며 중국의 의도, 대만의 응전, 미국의 개입을 조망한다.


평화연구소 소장 이한결이 2005년 미국 펜타곤을 방문해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대만 문제를 논의하며, 제주 해군기지와 평택 미군기지 이전 갈등 속에서 한국의 안보 딜레마를 고민한다.


중국에서 배로 30분 거리에 있는 대만의 국립진먼대에서 간담회가 열렸다. 이한열은 ‘민간 차원에서라도 양안의 긴장 완화를 중재하고 싶다’고 발표한다. 이에 대만 쪽은 낙담과 탄식뿐이다. 중국쪽 샤먼대에서도 의견을 밝혔지만 중국쪽은 양안 문제가 국제화되는 걸 꺼린다. 한국 사람 이한열은 왜 이 주제를 꺼냈을까?


중국과 대만의 학자들과 대만 해협을 둘러싼 토론에 이어, 일본에서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가 동아시아 평화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군비 증강을 요구하고 있고, 반면 러시아와 중국, 조선은 군비를 줄이거나 현상 유지를 말한다. 2026년 미국, 중국, 대만 모두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기로 진입하고 …


중국과 대만 사이 대만 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가고 있다. 중국, 대만, 일본, 한국의 연구자들이 참여한 ‘돌핀스 포럼’이 개최된다.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 민진당의 ‘대만미래결의문’을 살펴보며, ‘미래 세대의 선택’을 화두로 던지고 중국과 대만의 입장을 알아보고 교류 협력의 타협점을 이야기한다.


양안 문제와 기후위기 군축 필요성. 중국과 대만 양안 갈등으로 군비를 증강시키는 와중에 이한결은 그레이스 리를 COP31에서 만난다. 리는 한국계 미국인 청년으로 군사비 증가가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하며 군비통제를 통한 기후정의 실현을 촉구하자고 연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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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평화네크워크 대표,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핵과 전쟁이 없는 세상, 모두가 공평하게 누리는 평화를 상상하고 궁리해 온, 평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1999년 평화네트워크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6~2007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방문학자로 한미동맹과 북핵문제를 연구했다. 20여년 동안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군축⸱반핵⸱평화체제를 천착한 공로로 리영희상(2020)을 수상했다. 현재는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과 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다. 『청소년에게 전하는 기후위기와 신냉전 이야기』(2023),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2023), 『미중 경쟁과 대만해협 위기』(2022), 『흥미진진한 핵의 세계사』(2020), 『김종대 정욱식의 진짜안보』(공저, 2014) 등 40여 권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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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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