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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겨울은 사라지지 않는다, 더 위험해질 뿐이다

2026년 겨울 이상 한파는 지구온난화의 반대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그 역설적인 결과를 그대로 보여 준다.



김용만  편집인
김용만  편집인

2026년 겨울, 지구 북반구 전역은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에 휩싸였다. 북미와 유럽, 동아시아 곳곳에서 평년보다 훨씬 낮은 기온이 장기간 지속되었고, 폭설과 결빙으로 교통·물류·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렸다. 많은 사람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지구온난화라면서 왜 이렇게 춥고 혹독한 겨울이 오는가?”말이다. 지구온난화는 오랫동안 ‘겨울이 점점 따뜻해질 것’이라는 이미지로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현실의 겨울은 온화해지기는커녕, 더 위험해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구 평균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을 과학적으로 밝혀 왔다. 그럼에도 한파와 폭설은 더 잦아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라는 개념을 단순히 체감 온도의 문제로 오해하면 안 되겠다. 문제는 지구온난화가 겨울을 일률적으로 따뜻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에 있다. 기후위기는 겨울을 없애지 않는다. 겨울의 성격을 바꾸고, 그 위험성을 키운다. 2026년의 이상 한파는 지구온난화의 반대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그 역설적인 결과를 그대로 보여 준다.


지구온난화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불균등성’이다. 지구 평균기온은 상승하고 있지만, 그 변화는 지역과 계절, 기후 요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북극은 전 세계 평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따뜻해지고 있다. 이른바 ‘북극 증폭’ 현상이다. 해빙과 적설 면적이 줄어들면서 태양 복사열이 우주로 반사되지 않고 흡수되고, 그 결과 북극의 기온 상승은 더욱 가속화된다.


이 변화는 겨울 날씨의 근간을 이루는 대기 순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통적으로 겨울철 대기는 북극의 찬 공기와 중위도 지역의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 사이의 뚜렷한 온도 차이에 의해 유지되어 왔다. 이런 온도 차이는 강력한 제트기류를 형성해 찬 공기를 북쪽에 가두고, 중위도 지역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겨울을 만들었다. 하지만 북극이 빠르게 따뜻해지면서 이런 온도 대비는 약해지고 있다.


온도 차이가 줄어들면 제트기류는 힘을 잃고 느려 지며, 직선적인 흐름 대신 크게 굽이치는 형태를 띠게 된다. 하여 북극의 찬 공기는 더 이상 한 곳에 머물지 않고, 한반도나 유럽, 북미 등 중위도 지역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온다. 이렇게 형성된 한파와 폭설은 단기간에 지나가지 않고, 장기간 정체하며 피해를 키운다. 2026년 겨울의 기록적 한파는 바로 이러한 대기 흐름의 불안정성이 현실에서 드러난 결과다.


이런 점에서 지구온난화는 겨울을 ‘덜 춥게’ 만드는 게 아니라, 겨울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해에는 비교적 온화한 겨울이 나타나고, 또 다른 해에는 극단적인 한파가 찾아온다. 심각한 건 이러한 변동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기상기구(WMO)의 중장기 기후 전망 역시 향후 수년간 평균기온 상승과 함께 극한 한파와 폭설 같은 겨울철 극단 현상이 더욱 잦아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상 한파의 위험성은 단순히 낮은 기온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장기간 지속되는 강추위는 에너지 수요를 급격히 증가시키고, 전력과 가스 공급망에 큰 부담을 준다. 난방비 상승은 가계와 사회적 취약계층의 생존 문제로 직결되며, 도로와 철도, 항공 운항의 중단은 경제 활동 전반에 연쇄적인 충격을 준다. 농업과 산업 현장에서도 냉해와 시설 파손으로 피해가 누적된다. 겨울은 더 이상 자연의 한 계절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회복력을 시험하는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러한 현상이 직관에 반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추운 겨울을 경험하면 기후위기를 의심하고, 더운 여름을 겪으면 그것을 기후위기의 전부로 이해하려 한다. 하지만 기후위기의 본질은 평균값의 변화가 아니라, 극단성과 불확실성의 확대다. 지구온난화는 기후를 단순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복잡하고 불안정하게 만든다. 한파와 폭설은 그 불안정성이 겨울이라는 계절을 통해 드러난 모습이다.


겨울은 사라지지 않는다, 더 위험해질 뿐이다. 2026년 겨울의 이상 한파는 지구온난화가 틀렸다는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지구온난화가 기후 시스템의 균형을 얼마나 깊이 흔들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분명한 신호다. 기후위기는 겨울을 없애지 않는다. 대신 겨울을 더 위험하고, 더 변덕스럽고, 더 파괴적인 계절로 바꾸고 있다. 더 추운 겨울은 지구온난화의 반증이 아니라, 그 역설적인 결과다.


기후위기를 이해하는 관점이 달라져야 한다. “왜 이렇게 춥냐”는 질문에 머무르지 말고, “왜 겨울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변했는가”를 물어야 한다. 평균기온 상승이라는 하나의 숫자만으로는 오늘날의 기후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변동성과 극단성, 그리고 예측 가능성의 붕괴다.


이상 한파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기후위기의 현재형이다. 겨울은 더 이상 안정적인 계절이 아니다. 그 변화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번 반복되는 극단적 겨울 앞에서 같은 질문과 같은 혼란을 되풀이하게 된다. 기후위기는 여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겨울 역시,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다.


같은 영하의 겨울이라도 누구에게는 견딜 만한 계절이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시간이 된다. 난방비 부담, 주거 단열 수준, 난방 설비 접근성의 차이는 한파를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재난으로 만든다.


기후위기로 한파가 더 잦고 길어질수록 이러한 격차는 더욱 확대된다. 충분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는 가구는 추위를 참는 대가로 건강 악화와 안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기후변화의 피해가 소득과 주거 여건에 따라 불균등하게 나타난다. ‘기후불평등’과 ‘에너지 빈곤’은 함께 움직인다. 결국 겨울의 위기는 사회적 보호와 정책 개입의 문제가 된다.


2026년 1월 27일 오래 지속되는 강추위 한파로 한강이 얼어 있다. 1월 30일 당시 기준으로 서울 지역에 한파주의보가 발효되었다.  사진_서울시 인스타그램
2026년 1월 27일 오래 지속되는 강추위 한파로 한강이 얼어 있다. 1월 30일 당시 기준으로 서울 지역에 한파주의보가 발효되었다. 사진_서울시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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