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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산불특별법이 되레 숲을 망치게 생겼다

산불특별법이 국무회의 의결을 마친 마당에 난개발로부터 산림 훼손을 막을 수 있는 길은 산불특위가 개정을 서두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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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만  편집인



산불특별법이 지난 9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식 명칭은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피해구제 및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이다. 간만에 여·야가 공동 발의한 법안이다. 4월 24일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구성된 산불특위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특위 활동 시작부터 법안 통과까지 5개월이 걸렸는데,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산불 피해 지역 구제와 지원이 그만큼 시급함을 여·야 모두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21일 절차에 따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고 공포 후 바로 시행된다. 이렇게만 보면 산불특별법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논란의 한가운데 산불특별법이 내포하는 독소 조항이 있다. 제기되는 우려의 핵심은 산림청의 산림보호·관리 권한이 지방자치단체로 이전되거나 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기존에도 산림보호법 제52조는 필요한 경우, 산림청장의 권한을 대통령령에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위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불특별법이 굳이 특례까지 부여해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권한을 확대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있는 제도를 활용해도 충분한데 말이다. 여기서부터 석연치가 않다. 문제가 되는 조항을 들여다보자.


제30조는 피해 지역에서 ‘위험목 제거 사업’을 산주 동의 없이도 추진할 수 있게 한다. 산림 소유자의 허락 없이도 벌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위험목’은 개념조자 명확하지 않은 단어다. 산불에 그을렸다고 죽은 나무가 아니다. 보기 안 좋아도 그대로 두면 대부분 시간이 지나 숲의 일원이 된다.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개념 없는 벌채가 이루어질 공산이 크고, 자칫 사유재산 침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제48조는 피해 지역에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관련 규제를 완화할 수 있게 한다. 산림과 환경보호는 뒷전으로 밀리고 난개발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제55조는 피해 지역 재건을 명목으로 토지 수용 권한을 확대하고 있다. 토지 공공성과 사유재산의 침해 역시 거론된다. 제56조와 제57조의 산지관리, 국토계획 관련 특례 조항은 산지로 보호되어야 할 지역이 개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제60조는 환경영향평가 또는 협의 기간을 단축, 완화한다.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해 질 수 있다. 전체를 하나로 묶어 보면, 시·도지사가 산불 피해 지역 민간투자 활성화 명목으로 ‘산림투자 선도사업’을 할 수 있게 한 조항들이다.


실제로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인 지난달 29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청송에 골프장, 영덕에 골프장과 리조트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안동에 산림 휴양과 목재 산업 복합단지, 의성에 산림 경영 특구 시범 사업과 대단위 스마트 과수원, 영양에 자작나무 명품 산촌과 산채 스마트팜 혁신단지 등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북은 지난 3월 발생한 초대형 산불 피해와 관련해 역대 최대 규모인 약 1조8310억 원의 복구 지원비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와 여당이 설명하는 법안 취지에 대해서도 들어 보자. 중앙정부가 전국 산불 피해 지역을 모두 관리하기는 비효율적이니, 지역 실정을 잘 아는 지자체가 신속하게 복구를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권한 이양은 ‘전면적 이양‘이 아니라 한시적·한정적 특례이며, 산림청이 여전히 관리·감독권을 유지한다고 한다. 지방분권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입장과 그 필요성은 이해한다. 그럼에도 불필요하고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피해 지역에 대한 긴급 구제와 지원은 내용 그대로 중앙정부가 신속하게 진행하면 된다. 대한민국 공무원 조직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당장 이 대목에 지방분권 문제를 끼어 넣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3%가 숲이다. 산림은 가장 큰 탄소 흡수원으로, 전체 온실가스 65~70%를 저장한다. 우리 숲은 중요하고 전략적인 ‘기후 인프라’다. 기후변화는 닥친 현실이고 그 대응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렸다. 숲의 가치는 목재와 임산물에만 있지 않다. 우리가 일상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물과 흙을 내어 준다. 생명이 유지되는 기본인 탄소 순환도 숲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마음의 위안과 치유는 덤이다. ‘산림투자’의 본래 의미는 숲을 밀어내고 골프장과 리조트를 건설하는 게 아니라, 기능이 떨어지고 있는 탄소 순환을 회복하고 강화하는 데 자원이 쓰이는 게 아닐까 싶다.


산림청은 산림·보호 관리를 관할하는 정부조직이다. 산림녹화가 한창이던 1970년대에는 산림청이 내무부 산하에 있었다. 산림녹화라는 막중한 국가시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려면 경찰력까지 동원된 강력한 행정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농림축산식품부에 소속되어 있다. 우리나라 숲의 67%는 사유림이다. 산주는 220만 명 이상이고 이 중 부재산주가 85%를 넘는다. 국립공원은 또 환경부 관할이다. 상황이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제대로 된 산림정책 실행은 여간 까다롭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외청으로 있어서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지난 정부조직 개편 시 산림청의 역할과 위치가 고려되지 않은 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산불특별법이 국무회의 의결을 마친 마당에 시행을 막을 길은 현실적으로 없다. 산불 피해 지역에서 난개발이 이루어져 산림이 훼손되는 걸 막는 길은 그나마 독소 조항 내용을 시행령에서 최대한 통제하는 방법뿐이다. 그런데 문을 열어 놓고 도둑을 막을 수 있을까. 근본적인 해결은 법안을 기획·설계 했던 ‘산불특위’가 독소 조항의 예상되는 폐해를 상기하고, 개정을 추진하는 길이다. 특위가 오는 10월 31일까지 활동하는 걸로 예정되어 있지만, 특위 본래 취지를 유념하여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개정 작업을 마무리 해주길 간곡하게 바란다.


2025년 9월 28일 국회 '산불 피해 지원 대책 특별위원회'(산불특위)가 제안한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피해구제 및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가 통과되었다. 4월 24일 산불특위가 구성된 이래 5개월만이다. 산불특위는 위원수는 13인으로 더불어민주당 6인, 국민의힘 6인, 비교섭단체 1인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정호(위원장), 임미애(간사), 박정현, 안도걸, 이원택, 허성무 의원이고 국민의힘 소속인 김형동(간사), 서천호, 신성범, 이달희, 이만희, 임종득 의원이며, 조국혁신당 소속인 차규근 의원이 활동한다. 활동 기한은 2025년 10월 31일까지이다. 사진은 6월 10일 국회 ‘산불특위’ 업무 현황 보고 장면. NATV 국회방송
2025년 9월 28일 국회 '산불 피해 지원 대책 특별위원회'(산불특위)가 제안한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피해구제 및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가 통과되었다. 4월 24일 산불특위가 구성된 이래 5개월만이다. 산불특위는 위원수는 13인으로 더불어민주당 6인, 국민의힘 6인, 비교섭단체 1인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정호(위원장), 임미애(간사), 박정현, 안도걸, 이원택, 허성무 의원이고 국민의힘 소속인 김형동(간사), 서천호, 신성범, 이달희, 이만희, 임종득 의원이며, 조국혁신당 소속인 차규근 의원이 활동한다. 활동 기한은 2025년 10월 31일까지이다. 사진은 6월 10일 국회 ‘산불특위’ 업무 현황 보고 장면. NATV 국회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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