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에너지 전환과 공유 부(富) 배당
- hpiri2
- 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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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9월 22일
에너지 전환이 공유 부(富) 배당과 결합된다면 기후위기뿐 아니라 지역 소멸을 극복하는 실질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김용만 편집인
지금은 ‘대전환’의 시대다. 대전환의 양대 축은 ‘에너지 전환’과 ‘AI(인공지능) 전환’이다. 에너지 전환은 문명을 움직이는 동력을 바꾸는 일이고, AI 전환은 문명의 구성을 바꾸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기후 이상 변화에 따른 기후위기는 이 전환에 원인이기도 하고 가속시키는 계기이기도 하다. 우리가 당면한 세상의 지정학적, 경제적 지각 변동의 근저에는 기후변화가 있다. 직관으로 연관성을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사실 그렇다. 전 세계 물류에서 해상 물류는 80%이상이다. 해상 물류 길은 포화 상태이고 정체가 심한데, 북극항로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북극항로는 북극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지 않았으면 애초 가능하지 않은 길이다.
이재명 정부 123개 국정과제 가운데 8개가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에 할애되어 있다. 직접 과제만 그렇다. 간접적으로 연결된 과제를 합친다면 훨씬 많다. 재생에너지 확대, 주요 산업 거점과 재생에너지를 잇은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순환경제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생물다양성 회복 등 굵직한 과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정부의 ‘주도면밀’과 기업의 ‘환골탈태’를 요구한다. 아울러 국민의 참여와 동의 없이는 과제 완수는 요원하다. 정부, 기업, 국민 삼박자가 제대로 맞아야 가능한 과제들이다. 민주주의가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작동되어야 하는 이유다.
에너지 전환은 일 방향으로 소모되는 탄소 다(多) 배출 화석연료에서 재생 가능한 무(無) 탄소 에너지로 바꾸는 일이다. 석탄, 석유, 가스 등에서 태양광, 풍력, 지열, 조력 등으로 에너지원이 변화됨을 의미한다. 화석연료는 고갈되는 자원으로 자연 상태에서 보충되지 않는다. 태우면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다. 태양광, 풍력 등은 우주 운행 체계가 무너지지 않는 한 끊임없이 보충된다. 능력껏 사용 가능하다. 굳이 온실가스 문제가 아니더라고 재생에너지로 노선 변경은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선택이다.
화석연료는 산업혁명이라 불릴 만큼 강력한 산업발전을 가능하게 했다. 싸고 효율성이 컸기 때문이다. 산업문명을 여태 지탱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 속도가 더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경제성 차이’다. 재생에너지가 초기 비용투자가 커서 경제성이 화석연료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신뢰도가 높은 여러 국제기관 보고서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더 저렴하고 기간이 길어질수록 차이는 더 커진다고 말이다. 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근거를 잃은지 오래되었다.
재생에너지는 변동성이 커서 안정적인 에너지원으로서 한계를 갖고 있다고 한다. 날씨에 따른 간헐성이 재생에너지가 갖는 속성인 건 맞다. 그러니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하는 건 에너지의 무한 사용이 간헐성의 어려움을 덮고도 남는다는 점이다.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화석연료 발굴도 느린 전환에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방이라도 바닥을 드러낼 것 같은 화석연료가 예측과는 달리 세계 곳곳에서 새롭게 발견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화석연료가 고갈되지 않은 자원으로 여기는 착각까지 하고 있다.
난관들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 확대는 일견 국제사회가 합의에 이른 것 같다. 화석연료 사용을 대놓고 찬성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니 말이다. 남은 건 전환의 속도와 모습이다. 늦지 않게 전환을 마무리해야 한다. 강력한 탄소 산업 카르텔의 이해관계와 국가 간 차별 구조를 극복하는 건 여전히 숙제다. 과정에서 약자에게 노출되는 불평등을 방지하는 ‘정의로운 전환’도 달성해야 하는 목표다. 기후위기 대응은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행동이다.
생각해보면, 석탄, 석유, 가스도 태양광, 풍력, 지열도 모두 자연이다. 자연의 것을 인간이 가공해서 편의에 맞게 활용하는 셈이다. 자연이 소유의 대상인지는 인류 역사 만큼이나 오래된 질문이다. 자연이 소유의 대상이 된다면 개인이 아닌 공공의 자산이 되는 게 마땅하다. 국가 자산이 된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는 자연에 자본이 투입되면 자본을 투입한 개인이나 법인이 그 자연을 소유하는 걸 인정하고 있다.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개발 시대는 자연물의 소유가 극대화되는 시간이었다. 석유 재벌 등 자원 재벌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였다.
재생에너지도 큰 틀에서는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가 어떻게 변모하든 사적 소유가 없어지지 않을 테니 말이다. 다만, 자연을 공유 부(富)로 어느 정도 인정하고 분배하는 정책은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가치가 있겠다. 구축한 설비로 햇빛과 바람을 잡아 만든 전기는 누군가의 재산이다. 하지만 그 원천은 햇빛과 바람이다. 햇빛과 바람은 자고나면 다시 매일 새롭게 찾아온다. 햇빛과 바람은 땅과 바다, 즉 지역에 고정되어 있다. 그러니 지역에 살고 있은 주민들에게 원천의 권리로 수익의 일부를 나눠 주는 건 무리가 아니라고 본다.
현 정부 국정과제에도 지역 상생 방안으로 ‘햇빛 바람 연금 확대’가 명시되어 있다. 전라남도 신안군의 태양광, 해상풍력 이익 공유 모델은 대표적인 사례다. 주민 1인당 받게 되는 금액은 태양광의 경우 연간 수십만 원, 해상풍력까지 완공되면 연간 약 600만 원에 이른다. 적다고 볼 수 있지만 시골 살림에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는 저 출산, 고령화에 연결되어 ‘지역 소멸’이라는 위험에 처해 있다. 에너지 전환이 공유 부(富) 배당과 결합된다면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지역 소멸을 극복하는 실효적 방법이 되지 않을까. 아직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많은 예산을 쥐고 있는 중앙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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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부가 아니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조직개편 방향이 잡히고 있는 게 못내 아쉽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