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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부 시대 ②ㅣ공유부 배당의 시원, 토머스 페인의 「토지정의」

최종 수정일: 6일 전

2025-11-14 금민, 유승경

토머스 페인의 「토지정의」를 통해 공유부(共有富, common wealth) 배당 개념의 기원을 살펴본다. 모든 인간이 지구라는 공동 유산에 대한 권리를 가지며, 사회적 협력으로 만들어진 부는 모두에게 배당되어야 한다는 그의 사상을 소개하고, 현대에 와서 그의 사상을 현실화한 알래스카 사례를 밝히며, 인공 자산에도 공유부가 적용됨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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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엔 게오르그아우구스트대학교 법학 박사과정 수료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 운영위원장, 인터넷신문 프로메테우스 주필, 사회비판아카데미 이사장를 역임했고, 현재는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소장이다. 최근 디지털 자본주의, 에너지 전환, 기본소득, 공유부 기금 등이 관심사이며, 인공지능의 정치경제학으로부터 기본소득의의 의의를 끌어내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 Financing Basic Income-An Exploratory Study of the Korean Case(공저, 2022), 『모두의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다』(공저, 2021), 『기본소득이 있는 복지국가: 리얼리스트들의 기본소득 로드맵』(공저, 2021), 『이럿타로 경제에 눈뜨다: 쉽게 읽는 플랫폼 자본주의와 기본소득』(공저, 2020),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2020), 『진짜 민주주의』(2012), 『사회적 공화주의』(2007) 등이 있다.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 대안을 묻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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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

유승경은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수석연구위원으로서 화폐 및 금융 관련 연구자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리노이 주립대 경제학 석사,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LG경제연구원,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서 근무하고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의 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는 『MMT 논쟁』(2021), 번역한 책으로는 『주권화폐–준비금 은행제도를 넘어서』(2023), 『기본소득과 주권화폐–경제 위기와 긴축 정책의 대안』(2021), 『경제 위기는 반드시 온다–금융 위기 200년사를 통한 경제 위기 예측과 대처법』(2020), 『프리드먼은 왜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자고 했을까?』(2020), 『우주의 거장들–하이에크, 프리드먼 그리고 신자유주의 정치의 탄생』(2019), 『세계화의 종말–위기의 자본주의와 포스트-신자유주의 경제질서 전망』(2012_)이 있다. 연구보고서는 『탄소세 도입 정책동향과 경기도 시사점』(책임연구)이 있다.


지구라는 공동 유산에 대한 권리, 자연적 소유


소득이 어디서 나오는가? 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돈은 일하거나, 혹은 가진 데서 나온다. 노동을 통해 버는 소득이 있는가 하면, 땅이나 주식처럼 이미 가진 자산에서 나오는 소득도 있다. 근대 자유주의의 철학자 존 로크는 “사유재산은 노동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늘의 현실은 다르다. 땅을 소유하거나 자본을 보유한 사람은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을 번다. 이미 정착된 사적 소유의 체제에서 ‘가진 자’와 ‘일하는 자’ 사이의 간극은 점점 커지고 있다.


18세기 말, 토머스 페인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그는 미국 독립선언의 필자이자, 프랑스 혁명기에 인간의 권리를 주장했던 사상가였다. 그의 짧은 글 「토지정의(Agrarian Justice, 1796)」는 오늘날 ‘기본소득’이나 ‘공유부 배당’ 논의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페인은 인간이 모두 함께 타고난 ‘공유의 몫’을 이야기했다.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지구라는 공동의 유산에 대한 일정한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 권리가 바로 ‘자연적 소유(natural property)’라는 것이다.

 

모두에게 주어진 자연의 몫

 

페인의 사상은 이렇게 시작한다.

“신은 부자와 가난한 자를 만든 것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만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지구를 주었다.”

그는 대지가 본래 모든 인류의 것이며, 특정한 개인이 영원히 땅을 점유할 권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한 이상론이 아니라, 현실의 제도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원칙이다. 사람마다 가진 땅의 크기나 자산의 규모는 다르지만, ‘자연이 준 몫’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는 뜻이다.


페인은 이 자연적 소유 위에 새로운 개념을 세웠다. 사람이 노동과 기술로 토지를 개간해 생산력을 높이면, 그 증대된 부분은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인공적 소유(artificial property)’다. 하지만 개간된 땅과 자연 그 자체는 물리적으로 분리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자연의 몫을 빼앗은 만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로 이 논리에서 ‘공유부 배당’의 원형이 등장한다.

 

사유재산을 부정하지 않은 혁명가

 

페인은 사유재산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의 토지 소유자가 잘못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토지를 사유화한 제도는 이미 문명의 기반이 되었고, 인류의 생산력과 부를 크게 늘렸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모두의 몫’이 사라졌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는 “문명의 이익을 보존하면서 그 부작용을 치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그의 해법은 단순했다. 토지 소유를 유지하되, 그 소유로 인해 발생한 불평등을 보상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토지를 상속할 때마다, 일정한 세금을 거두어 기금을 만들고, 이를 모두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자는 것이다. 이 기금은 청년에게는 출발 자금으로, 노인에게는 연금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이 제도는 시혜가 아니라 권리였다. 페인은 “모든 사람은 지구의 거주자로서 일정한 소유를 정당하게 요구할 권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1793년 동판화로, 페인이 우거진 숲에 여섯 마리 원숭이 무리의 한가운데 서 있다. 페인은 『인간의 권리』란 책을 내밀고 있다. 사진_영국박물관 소장, 위키커먼즈
1793년 동판화로, 페인이 우거진 숲에 여섯 마리 원숭이 무리의 한가운데 서 있다. 페인은 『인간의 권리』란 책을 내밀고 있다. 사진_영국박물관 소장, 위키커먼즈

‘가난의 구제’가 아닌 ‘빈곤의 예방’


페인이 제안한 것은 가난한 사람에게만 주는 구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주는 ‘공통의 몫’이었다. 그는 “빈곤은 문명의 산물이며, 자연 상태에는 빈곤이 없다”라고 말했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부는 한쪽으로 쏠리고, 빈곤은 사회가 만든 구조적 결과라는 뜻이다.


따라서 그의 구상은 ‘사후적 복지’가 아니라 ‘사전적 분배’였다. 오늘날 말로 하면 ‘선(先)분배’다. 사람들을 가난에 빠지기 전에 지켜내는 장치, 누구나 최소한의 생활 기반을 보장받는 제도였다. 이 생각은 200여 년이 지난 지금, 기본소득이나 사회적 배당 논의로 다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공유부 배당’이라는 개념은 페인의 사상을 가장 직접적으로 계승한 것이다.

 

알래스카에서 실현된 ‘페인의 아이디어’

 

페인의 꿈은 공상으로 끝나지 않았다. 1982년, 미국 알래스카주는 주(州)의 석유 수익으로 ‘알래스카 영구기금’을 만들고, 그 수익을 주민 모두에게 매년 현금으로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공유부 배당’ 제도다.


석유는 알래스카 주민 전체의 자연적 자산이다. 그래서 그 수익은 세금이 아니라 ‘배당금’의 형태로 지급된다. 알래스카 주민들은 매년 몇 천 달러씩 받는다. 받는 사람은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똑같다. 이 제도는 불평등을 줄이는 효과뿐 아니라, 석유산업의 사회적 정당성을 높이고 지역경제를 안정시키는 데에도 기여했다.

페인이 말한 “모두의 권리로서의 분배”가 현대 사회에서 구체적 제도로 구현된 셈이다.

 

오늘날의 ‘공유부’는 무엇인가?

 

페인의 시대에는 토지가 가장 큰 부의 원천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공유부’는 훨씬 다양하다. 전파 주파수, 인터넷망, 도시 인프라, 데이터, 플랫폼 네트워크 등은 모두 사회가 함께 만들어 낸 공공 자산이다.


이 자산들은 특정 기업이나 개인이 소유하고 있지만, 그 기반은 모두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예컨대 스마트폰의 데이터, 온라인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 도시의 부동산 가치 상승은 시민 전체의 활동이 만들어 낸 결과다. 이로부터 생기는 초과이익, 즉 ‘경제적 지대’를 사회 전체가 일정 부분 공유하는 것이 바로 현대판 ‘공유부 배당’의 핵심이다.


한국에서도 이미 비슷한 논의가 있다. 전파 경매 수입, 배출권 거래 수익, 공공자산의 임대 수입 등을 국민에게 배당하는 구상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사회의 공공자산이 개인의 불로소득으로 쏠리는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가진 자”와 “모두의 권리”

 

로크가 “노동은 소유의 근거”라고 말했다면, 페인은 “공동의 유산이 권리의 근거”라고 말한다. 그는 혁명가였지만, 재산권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노동하지 않아도 생기는 소득”이 정당하려면, 그만큼 공동체가 그 이익을 나눠 가져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공유부 배당’은 복지 정책이 아니라 사회계약의 갱신이다.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공동의 유산에 대한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는 그 권리를 대리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불평등의 핵심은 ‘일하지 않아도 버는 소득’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는 데 있다. 그 근원은 두 갈래다. 하나는 토지처럼 본래부터 한정된 자연 자산에서 생기는 불로소득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 플랫폼, 인공지능 데이터처럼 사회적 협동과 제도적 기반 위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부이다. 전자는 전통적인 ‘자연적 소유’의 영역에서 생긴 불평등이고, 후자는 현대의 ‘인공적 소유’가 사실상 사회 전체의 협력으로 형성된 경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의 문제는 단순히 사유재산의 확산이 아니라, 사회적 협동이 낳은 부가 개인의 독점으로 귀속되는 데 있다. 이런 부의 축적에는 모두의 참여가 스며 있으므로, 그 성과의 일정 부분을 사회 전체의 몫으로 되돌려 ‘자연적 소유’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복원해야 한다.

 

“모두의 것에서 나온 소득은 모두의 몫으로”

 

토머스 페인은 말한다.

“인간이 지구를 만든 것이 아니므로, 누구도 그 일부를 영원히 자기 것이라 주장할 수 없다.”


이 문장은 단순한 도덕 선언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의 현실을 바꾸는 경제 원칙이기도 하다. 부동산, 자원, 데이터, 기술—이 모든 것은 사회 전체의 협력 속에서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거기서 생기는 이익도 일정 부분은 사회 전체의 것이다.


페인이 18세기에 던진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왜 일하지 않아도 돈을 버는 사람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모두에게 균등한 몫을 주자는 이야기는 급진적으로 들리는가?"


공유부 배당은 가난한 사람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다. 그것은 모두가 공동의 상속인이라는 사실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인식이야말로 불평등의 시대를 다시 인간다운 방향으로 돌려 세울 첫걸음이다.



*

[편집자 주]

누구나 기본소득을 말한다. 그리고 걱정한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까? 아마도 우리 사회에서 공유부(Common Wealth)에 대한 관심은 여기서 출발한 듯하다. 하지만 공유부의 역사는 깊고 넓다. 공유부는 공기와 바다, 토지와 광물이라는 자연 자원을 넘어, 일테면 탄소배출권, 인공지능의 바탕이 된 데이터, 화폐와 금융시스템, 행정·사법·의회제도에 이르기까지 사회를 지탱하는 정치, 경제, 문화적 인프라들로 확장한다. 그야말로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물려받고, 사회적 협력으로 발전시켜 온 문명의 기반이 바로 공유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유부는 누구의 것인가? 어떻게 나눠야 하는가? 필자들은 [공유부 시대] 연재를 통해 불평등과 기후위기 시대의 생존 언어로서 ‘공유부'의 철학과 역사를 살펴보고 경제학의 언어로, 사회 정의의 언어로 전진시키고자 한다.



*

글쓴이의 과거 기사들 - [기후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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