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기후 인프라, 숲 | 탄소 감축을 위한 '노력'이 증명되어야 '크레딧'

2025-10-16 김복연 기자

탄소크레딧은 단순한 배출권 거래가 아니라 지구 공동체가 신뢰를 바탕으로 만든 감축 증표다. 탄소 감축 프로젝트는 ‘추가적’이고 ‘지속가능한’ 노력이었는지에 따라 크레딧으로 인정되며, 그 모든 과정은 측정·보고·검증(MRV)을 통해 국제적으로 관리된다. 특히 조림을 통한 탄소 제거는 높은 신뢰성과 생물다양성 등 공익 효과를 인정받아 시장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진다. 기업의 감축 노력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연결되며, 국가 간 회계 조정을 통해 이중 계산을 방지하는 구조다. 탄소크레딧은 결국 국경을 넘는 자본의 확장을 감시하고 공동 책임을 강화하려는 지구 공동체의 책임 있는 시도다.


탄소크레딧은 전지구적 신뢰 시스템

COP29는‘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의미하며, 2024년 11월에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되었다. 전 세계 국가들이 모여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협의하는 국제회의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 기후 재원 마련, 탄소 시장 규칙 등을 논의하였다. 사진 위키피디아
COP29는‘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의미하며, 2024년 11월에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되었다. 전 세계 국가들이 모여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협의하는 국제회의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 기후 재원 마련, 탄소 시장 규칙 등을 논의하였다. 사진 위키피디아

우리는 요즘 ‘탄소’라는 단어를 자주 마주친다.  탄소중립, 탄소세, 탄소배출권, 그리고 탄소크레딧. 하지만 단어는 익숙해졌을지 몰라도 그 의미는 여전히 흐릿하다. 특히 탄소크레딧이라는 제도를 이해하려 할 때 많은 사람은 “그게 도대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질문에 머문다.

탄소크레딧은 탄소를 줄였다는 ‘인증서’지만 인증서 한 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복잡한 검증 과정이 숨겨져 있다. 이 제도는 보이지 않는 공기 속 이산화탄소의 흐름을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측정하고, 보고하고, 검증하고, 기록하며, 그렇게 모인 정보를 바탕으로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의 책임을 나누는 일종의 사회적 신뢰 시스템이다.

국가가 감축을 약속하고, 세계가 신뢰를 구축하는 구조

탄소크레딧은 기후위기 대응의 국제적 장치 중 하나로, 2015년 파리협정 체계 이후 핵심적인 수단으로 떠올랐다. 과거의 교토의정서가 선진국 중심의 감축을 강조했다면, 파리협정은 모든 국가가 스스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세우고 그 감축 이행을 국제사회에 보고해야 하는 체계로 전환되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가 국제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탄소 시장이고, 여기서 발급되는 거래 가능한 감축 실적이 바로 탄소크레딧(Carbon Credit)이다.

한 나라의 정부나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감축 사업을 수행하거나 이미 수행된 감축 실적을 구매해 자신의 목표에 반영하는 과정은 마치 보이지 않는 탄소를 넘겨받는 거래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거래가 성립하려면, 단순한 계약 이상의 정교한 국제적 신뢰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측정하고 보고하고 검증하는, 신뢰의 시작점

 파리협정 6조는 탄소 시장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동시에, 국가 간 감축 협력의 기준과 신뢰 메커니즘을 명문화한 핵심 조항이다. UNCC 파리협정 6조. 사진 UNCC
파리협정 6조는 탄소 시장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동시에, 국가 간 감축 협력의 기준과 신뢰 메커니즘을 명문화한 핵심 조항이다. UNCC 파리협정 6조. 사진 UNCC

탄소를 거래하려면, 먼저 그 양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이 단순한 명제가 바로 탄소크레딧의 근간을 이룬다. 실제로 한 감축 프로젝트가 국제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MRV(Measurement, Reporting, Verification)라는 세 단계의 기술적·행정적 검토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가령, 베트남의 시골 마을에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해 디젤 발전을 대체했다고 하자. 이때 그 감축량은 전력 사용량, 연료 종류, 기존 발전소의 배출계수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과학적으로 측정된다. 이 데이터는 국제기구가 정한 포맷에 따라 표준화된 보고서로 작성되고, 마지막으로 제3의 검증기관이 그 수치를 다시 확인한다. 이렇게 측정·보고·검증의 절차를 모두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해당 프로젝트는 공식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는다.

감축 실적은 어떻게 크레딧이 되는가

탄소를 줄였다고 해서 무조건 크레딧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감축 사업이 진짜로 ‘추가적인 노력’이었는지가 가장 먼저 검토된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낡은 기계를 신형으로 바꾸면서 에너지를 절약하게 됐다고 하자. 그런데 이 교체가 애초부터 전기요금 절감이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예정되어 있던 일이었다면, 설사 이산화탄소가 실제로 줄어들었다 해도 탄소크레딧은 발급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기업은 원래도 그 사업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기후를 위해 특별히 추가로 한 노력”이 아니면 국제사회는 그 감축을 신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탄소크레딧은 말하자면 기후를 위한 '의도된 행동'에 대한 보상이고, 어차피 했을 일에 붙여 주는 덤 같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 그 감축 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임을 보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조림 프로젝트의 경우 산불이나 벌채 등으로 탄소가 다시 방출될 가능성까지 고려해 일정량을 버퍼(예비분)로 남겨두거나, 재보험 혹은 사후 환수 조치를 설계해야 한다. 감축 실적은 이렇게 조건을 충족한 후에야 1톤의 이산화탄소 감축을 증명하는 탄소크레딧으로 전환된다. 그 뒤 이 크레딧은 국가 간에 거래되거나, 기업의 감축 실적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감축 실적이 한 나라에서 발생하고, 다른 나라가 이를 구매했을 경우, 그 감축분은 두 나라가 동시에 이익으로 계산할 수 없다. 이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상응 조정(Corresponding Adjustment)이다. 한쪽이 자신의 국가 온실가스 회계에 반영하면, 다른 쪽은 그만큼을 빼야 한다. 더불어 전체 크레딧 중 일부는 국제기후기금(Adaptation Fund)에 사용되거나 지구 전체 배출량 감축 효과(OMGE)를 위해 시장에서 아예 삭제된다. 이런 메커니즘이 있어야 탄소 시장이 단순한 상쇄 거래에 머무르지 않고, 전 지구적인 감축 효과를 낼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감축 실적이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 회계에 편입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한 기업이 감축한 실적은 그 기업이 속한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률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로써 탄소크레딧은 단순한 기업의 친환경 노력에서 벗어나 국가 전체, 더 나아가 지구 공동체의 감축 장부 속에 통합된다.

탄소 감축의 세 가지 방법과 조림 사업의 프리미엄

탄소 배출 감축 사업의 범위. 사진 오대균 (전) UN기후변화협약 탄소 시장 감독기구(CDM, PACM) 위원(아시아 대표)
탄소 배출 감축 사업의 범위. 사진 오대균 (전) UN기후변화협약 탄소 시장 감독기구(CDM, PACM) 위원(아시아 대표)

탄소 감축은 보통 세 가지 방식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감축(Reduction), 즉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친환경 연료로 전환해 기존의 배출량을 줄이는 방식이다. 둘째는 회피(Avoidance)로, 배출될 수 있었던 탄소가 배출되지 않도록 막는 방식이다. 예컨대 산림을 보호하거나 공장 신축을 미루는 일이 해당한다. 셋째는 제거(Removal) 방식이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자연적 또는 기술적 수단을 통해 탄소를 제거하는 것으로, 그 대표적인 예가 조림(Reforestation) 사업이다.

이 가운데 조림사업은 국제 탄소 시장에서 가장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탄소 크레딧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추가성(Additionality)을 입증하기 쉽다. 기존에 없던 숲을 새로 조성하는 사업은 이전 대비 얼마나 많은 탄소가 제거되었는지를 비교적 명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둘째, 지속성(Permanence)이 높다. 나무는 수십 년간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감축 효과가 유지된다. 물론 산불이나 벌목 등의 위험도 존재하지만, 이러한 리스크를 감안한 보험 설계나 사후 감시 체계(MRV)가 포함된다.

또한 조림 사업은 단순한 탄소 제거 이상의 공익적 부가가치를 제공한다. 생물다양성 보전, 수자원 보호 등 여러 방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한다. 이러한 다층적 편익은 조림 기반 크레딧의 시장 내 프리미엄 형성으로 이어진다. 국제 탄소 시장에서는 일반적인 감축 크레딧보다 조림 크레딧이 최대 두세 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자본의 경계 밖에서 만들어지는 제도적 균형

탄소크레딧 시스템은 자본이 규제를 피해 국경을 넘는 기존의 논리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자본주의는 오랫동안 비용이 덜 드는 곳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며 환경 비용을 외부로 떠넘기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탄소 배출이 국가 단위로 정량화되고, 그 배출량이 공동의 장부 속에서 계산되는 구조가 되면서 자본의 이동은 더 이상 환경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게 되었다.

감축 실적이 국가 간에서 조정되고, 모든 거래가 투명하게 기록되는 지금의 탄소 시장 구조는 무한한 외부화를 가능케 했던 자본의 확장 논리에 하나의 제도적 경계선을 그어 놓는 셈이다.

신용과 회계, 그리고 지구 공동체

탄소크레딧은 많은 수치화 작업으로 이루어지지만, 그 안에는 기후위기를 어떻게 공동의 언어로 다룰 것인가에 대한 국제 사회의 고민과 시도가 담겨 있다. 지구는 하나의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다. 그 각자의 행동을 하나의 기준으로 기록하고 비교하고 평가하려는 시도가 바로 이 크레딧 제도다.

감축 실적을 입증하는 기술과 절차, 국가 간 조율과 조정의 규칙, 그리고 그것을 모두가 인정할 수 있게 만드는 사회적 신뢰의 구조. 탄소크레딧은 결국 지구 공동체가 서로의 책임을 수치화하고 서로의 행동을 신뢰하는 방식으로 관리하려는 제도적 언어다.

이제 탄소는 감축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신뢰의 단위이며, 공동의 미래를 보증하는 지구 공동체의 신용이 되었다.

댓글

별점 5점 중 0점을 주었습니다.
등록된 평점 없음

평점 추가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이 기사를 읽은 회원

​로그인한 유저들에게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로그인 후에 이용 가능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회원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