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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날 풍경ㅣ개혁에 관한 몇 가지 사실들

2025-08-22 최은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로 이어지는 지난 16년간의 한국 정치는 저출산, 암울한 미래 먹거리 산업, 빈부격차 심화, 지방 식민지화를 개혁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공포감이 청년세대의 우경화로 나타나고 있다. 새 정부의 개혁 과제가 만만치 않다.


최은 출판 기획자

지방에서 나고 자랐지만 생의 절반 이상을 서울시민으로 살고 있다. 사회생활은 노동계에서 시작했고, IT업계를 거쳐 몇 권의 책을 기획했다. 어쩌다 보니 10년 넘게 야간 노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난다.


바야흐로 ‘개혁의 시간’이다. 새 정권의 새 여당 대표는 화끈한 3대 개혁을 약속하고 당선되었다. 검찰, 언론, 사법 분야에 대한 개혁을 시작으로 다양한 논의와 입법이 이루어질 것이다. 속도와 방향을 둘러싼 이견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기존 구조하에서 꿀을 빨던 세력의 강력한 저항에 맞부딪칠 것이다. 시간이 지나서 이 모든 시도가 또다시 ‘변죽만 울리다’ 끝났다는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직시해야 할 불편한 사실들은 무엇일까.


체질을 바꾸는 변화는 없었다


2008년 이후, 16년간 네 명의 대통령이 매번 ‘개혁과 혁신’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겉으로 보기엔, 당선만 되면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처럼 기대를 모았지만 결론은 언제나 ‘변죽만 울리다’ 끝났다. 물론 보수 진영 출신의 대통령은 좀 더 조심스럽고 전통적인 개혁을, 진보 진영 출신의 대통령(그래 봐야 문재인 혼자였지만)은 상당한 진폭의 변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의 체질을 바꾸는 정도의 변화는 없었다.


이명박의 5년은 결국 ‘4대강 사업’으로 시작해서 그것으로 끝났다. ‘한반도 대운하’라는 토목주의적 망상이 남긴 것은 여름만 되면 피어나는 녹조와 철거를 둘러싼 논쟁이었다. 박근혜의 4년은 그저 혼란과 국정 농단으로 점철된 시간이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탄핵 후 등장한 문재인의 5년이 성공한 개혁이었는가? 코로나 19라는 불가항력적인 요인으로 변호할 수는 있겠지만, 그의 임기에서 상황 관리 이상의 성공적인 개혁을 이루어냈는가? 그리고 등장한 윤석열의 3년은 시쳇말로 ‘폭망’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들 네 명은 범용(凡庸)했다. 이명박은 사악했고, 박근혜는 별 생각이 없었고, 문재인은 그냥 착했고, 윤석열은 최악이라고 평가한다. 그들의 권력의지나 정치적 감각은 탁월했을지 몰라도,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필요한 개혁을 이끌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시니컬하게 말해서 이 네 명이 순서를 바꿔서 집권했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국제 정치와 경제, 환경과 인구학적 변화가 실로 급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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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8월 13일 오후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고 이재명 정부 5년간의 국정운영 청사진을 공개했다. 123개 국정 과제와 세부 실천 과제를 제시했다. 사진_대통령실]


네 가지 현실


그렇게 보낸 16년의 세월 속에서 우리가 처하게 된 현실은 대략 이렇다.

인구학적으로 5천 2백만 인구는 한국의 역사적 최대치이다. 통일과 이민이라는 변수 외에 이것을 거스를 변수는 없다.

반도체와 자동차 이후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삼을 산업이 없다.

성장률은 1% 내외이고 빈부격차는 무섭게 확대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0.7이다.

지방은 사실상 내부 식민지가 되었다. 남은 것은 수도권뿐이다.

     

거칠게 말해서 이 네 가지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개혁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다 사기이고 거짓말이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현상들은 이런 요소들이 얽키고설켜서 발생하는 일들이다.


대략 150만 명은 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


물론 이 현실을 부정하고 개혁을 방해하는 세력은 힘이 세다. 그들은 이 현실이 너무나 행복하고 넉넉하다. 정확한 숫자를 특정 짓기는 힘들지만(나는 대략 150만 명 정도로 본다) 수도권에 거주하며, 일정한 부동산을 소유한 자산가층과 대기업 정규직, 의사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 종사자와 그 가족들은 이 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절대로 바라지 않는다.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공포감


예를 들어, 한국이 ‘의대에 미친 나라’가 된 것도 이 구조 때문이다. 청년들 입장에서 미래의 고수익과 안정적인 고용을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 의사이기 때문이다. 먹고살 만한 중산층 부모이건, 별 자산이 없는 지방의 서민 가구이건 자식을 의대에 보내지 못해 안달하는 현실은, 자칫 나락에 빠질 수 있는 자식들의 미래에 대한 공포로부터 비롯한 반응이다. 의대생과 전공의 상당수가 공공의료 혹은 필수의료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는 한마디로 ‘나는 돈을 더 벌고 싶은데 왜 니들이 방해하냐’는 속내다.


그리고 의대를 가지 못한 청년들, 특히 20대 남성들이 급격히 우경화된 것은 현실에서 당연하게 받을 것이라 여겼던 이익들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남은 밥그릇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것은 마치 자리가 거의 남지 않은 지하철 칸에 우르르 탄 승객들이 박 터지게 벌이는 ‘오징어 게임’과 같다. 그런 청년들에게 노약자 칸이나 임신부 전용석이 어떻게 보일 것인가?


우승열패의 사회적 다윈주의가 구현된 대한민국


이런 구조를 개혁하자고 떠들어 대던 대부분의 언론(그리고 그 종사자들) 역시 사실, 이 꿀을 빠는 구조의 수혜자이다. 사법 관료나 검찰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십수 년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무수한 검찰 수사들, 판결들은 기존의 지배구조 혹은 수혜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증명해 준다. ‘전관예우’라는 사실상의 매관매직 시스템 속에서 ‘김앤장’으로 대표되는 사법자본이 기존 재벌 시스템과 맞물려 우리 공화국을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불편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 10여 년 전 박노자가 말했던 ‘우승열패(優勝劣敗)의 사회적 다윈주의가 완벽하게 구현된 국가가 우리 대한민국이다. 지난 16년간 실패했던 개혁이 대통령 하나 바뀐다고 성공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개혁이 변죽만 울린다면, 극우파와 종교기업들이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할 여당의 소속 국회의원들은 이 엄중함을 감당할 수 있는가? 4선의 중진이자 법사위원장에 임명되자마자 사고를 치고 제명된 이춘석이 민주당의 다른 의원과 많이 다른가? 더군다나 곳곳에 내란세력이 심어 놓은 세작(細作)들이 여전하다. 국가 임명직의 절대 다수가 전 정권의 음덕으로 자리를 차지한 인사들이다. 그리고 개혁의 파트너이자 동반자가 되어야 할 야당은 사실상 지리멸렬했다. 지금 치러지고 있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그저 괴랄할 뿐이다. 3류 역사강사에 불과한 전한길 정도의 인사에게 휘둘리는 정당이 한국 보수의 미래가 될 수는 없다.


만약, 이 개혁이 또다시 좌초하거나, 변죽만 울리다 끝난다면 우리는 극우파의 준동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이미 10대, 20대 남성 상당수를 장악한 이 희한한 극우파와 신천지, 통일교를 위시한 종교기업들에게 ’민족‘ 같은 것, ’민주주의‘ 같은 것, ’공화주의‘ 같은 것, ’연대나 공공성‘ 같은 것은 없다.


PS. 일베나 디시인사이드의 특정 갤러리, 펨코에서 제일 싫어하는 인물이 ’알리미 황희두‘란 젊은 친구다. 김누리나 전우용(존경하는 지식인들임에도)의 준론(峻論)보다 이런 친구들의 헌신적인 활동이 더 효과적이다.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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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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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8월 25일

알리미 황희두 채널 구독하고 챙겨봐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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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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