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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날 풍경ㅣ광물의 역설

2025-07-11 최은

화석 에너지를 줄이려면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여기 함정이 있다. 태양광, 풍력 발전, 전기자동차, 반도체 등에 필요한 광물들(리튬, 구리, 니켈, 텅스텐, 희토류)의 양은 상상초월이다. 전 세계 희토류 70%를 생산하는 중국. 오늘날 내몽골은 희토류 제련 과정에서 산출되는 방사능과 폐기물로 황폐화되고 있다. 우리는 어디서 이 광물들을 구해서 에너지 전환을 할 것인가?


최은 출판 기획자

지방에서 나고 자랐지만 생의 절반 이상을 서울시민으로 살고 있다. 사회생활은 노동계에서 시작했고, IT업계를 거쳐 몇 권의 책을 기획했다. 어쩌다 보니 10년째 야간 노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난다.


이게 무슨 대안일까


한 20년 쯤 전의 일이다. 출판사 기획위원이었던 당시, 에너지 문제에 대해 책을 쓰고 있다는 기자와 미팅을 가진 일이 있다. 그는 모 언론재단의 지원 하에 국제 석유시장과 가스전 개발과 관련된 여러 세계적 현안에 더해, 신재생에너지체제로의 전환에 따른 준비에 관해 깊이 있는 취재를 해 온 상황이었다. 당시, 그다지 에너지나 환경에 대한 이해가 일천한데다 상업적인 욕심이 있던 본인으로서는 시쳇말로 섹시한(?) 아이템인 석유, 가스 개발과 관련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라든지, 태양광이나 풍력 전환을 앞둔 선진국의 열풍 같은 것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그의 결론은 달랐다. 그는 예를 들어 형광등을 LED등으로 바꿀 때의 효율성이나 에너지 낭비를 막고 소비 총량을 절감할 대안들에 상당한 방점을 두고 있었다. 당연히 모임도, 출판도 유야무야되었고, ‘이게 무슨 대안인건가’라는 생각을 하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에너지 소비 총량을 줄일 수 있을까


그러나, 20년이 흐른 후, 나는 기본적으로 그가 옳(았)다고 생각한다. 전환은 축소와 절감과 동행하지 않는다면, 너무나 큰 비용과 위험을 요구할 것이라는 그의 생각이 맞았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화석 에너지로부터 벗어나기가 그토록 전 세계적 대의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소비 변화가 있었던 시계열 구간은 코로나 위기(2020~2021년)를 겪던 시기가 유일했다. 즉,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자연적, 물리적 강제가 아니고서는 인간 스스로 화석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더군다나 산업화를 통해, 삶의 지형을 바꾸고자 하는 수십 억의 인민들(당장 중국과 인도만 더해도 30억인데)이 요구하는 화석 에너지를 감당한다는 것은 지구가 몇 개가 있어도 쉽지 않다.


결국, 해법은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결국, ‘에너지 소비 총량’을 줄이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남은 해법이 신재생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석탄과 석유 발전소가 아니라 (분산형)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필요하고,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 자동차로 대체할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화석에너지 발전소와 자동차를 전기화시킨다면, 적어도 현재의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도정의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은 분명하다. 그렇게 된다면, 석유 소비는 대체 불가능한 몇 가지 품목들, 예를 들어 항공유나 윤활유 혹은 의료용에 국한될 것이고, 중국의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는 없어질 것이다. (잘하면 핵발전소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중대한 함정, '광물'은 어떻게


이런 그림들. 이런 미래를 그린다는 것은 참으로 환상적인 일이지만, 문제는 여기에 중대한 함정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이런 미래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우리가 필요한 것은 광물이다. 지난 200년간 세계사를 쥐고 흔든 자원이 석유와 석탄과 철이었다면, 지금은 리튬과 구리와 니켈과 코발트 그리고 희토류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공급이 이뤄져야 이런 미래가 현실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테슬라 전기차 1대에 들어가는 코발트는 4.5kg 쯤이다.(휴대전화기의 400배) 전기차 배터리가 과열되어 터지지 않으려면 코발트는 필수적이다. 콩고의 열대 밀림은 코발트 광산 개발을 위해 황폐화되고 있을 뿐더러, 12세 이하 아동의 저임금 노동을 통해 수출되는 코발트가 없다면, 테슬라도, 갤럭시 휴대폰도 생산할 수 없다.


전기차, 태양광, 풍력 발전기에 들어갈 광물들의 양은 상상 초월


한마디로 말해서 ‘광물이 없다면 미래도 없다’. 모든 종류의 자동차 배터리는 리튬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모든 종류의 태양광, 풍력 발전기는 구리와 니켈, 텅스텐과 희토류 없이 구성될 수 없다. 에너지를 생산하고, 전송하고, 소비하는 모든 단계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광물의 양과 중요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전기차 수는 지금보다 다섯 배 늘어나야 하고, 핵심 광물 수요는 지금보다 3.5배 특히 리튬 수요는 최소한 8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에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4배가 넘는 광물이 필요하고 해상 풍력 발전기는 석탄 발전소에 비해 다섯 배 많은 광물이 요구된다.


희토류 제련 과정 산출 폐기물로 내몽골은 황폐화


즉, 우리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 지금보다 엄청난 양의 광물을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그 광물은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요새 핫하다는 희토류를 생각해보자. 한자로 稀土類는 희귀한 흙이라는 뜻이지만, 사실 전 지구상의 거의 모든 국가에서 얻을 수 있다. 원자 번호 57에서 71까지 란탄 계열의 15개 원소에 스칸듐과 이트륨을 포함한 17개 원소는 오늘날 거의 모든 첨단산업(반도체에서 무기생산, 발전기와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에서 대체 불가능한 조미료이다.

문제는 지구상에 이렇게 흔한 희토류를 실제로 얻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암석을 분쇄하고 10 몇 단계의 제련 과정(온갖 산 화합물을 넣어서)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하고, 유독한 플루오린화물 폐기물이 나온다. 결국 토양은 완전히 황폐화되고, 생산지와 인접한 지역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건강은 치명적으로 위험해진다. 그래서 겨우 25%의 매장량을 가진 중국이 70% 이상의 (가공물 기준이지만, 최종 생산단계에서는 90% 이상으로 추정되는) 희토류를 생산하는 대가로, 오늘날의 내몽골(한반도의 다섯 배가 넘는)은 후쿠시마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황폐화되고 있다.

중국 내몽골 바오터우에 있는 희토류 원료 생산 기지. 사진_중국 국무원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보도자료 2024
중국 내몽골 바오터우에 있는 희토류 원료 생산 기지. 사진_중국 국무원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보도자료 2024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광물을 공급할 수 있을까? 우리는...


 『광물전쟁』(어니스트 샤이더, 안혜림, 위즈덤하우스, 2025, 원제는 The War Below)
 『광물전쟁』(어니스트 샤이더, 안혜림, 위즈덤하우스, 2025, 원제는 The War Below)

이런 저런 광물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 다룬 『광물전쟁』(어니스트 샤이더, 안혜림, 위즈덤하우스, 2025, 원제는 The War Below)에서 해제를 쓴 이예진(토탈 에너지스 선임 마켓 에널리스트)은 복잡한 현실의 아이러니를 이렇게 쓰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광업을 해야 할까? 우리 땅에서? 아니면 다른 나라에서? 다른 나라라면, 그들이 공급을 멈출 경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한때, 석탄과 텅스텐(우리에겐 중석(重石)으로 알려진)의 생산국이던 한국에서 광업은 잊힌 이름이다. 우리는 거의 모든 광물을 해외에서 공급받고 있다. 그런 공급망의 안정성에 더해, 그들이 치르고 있는 환경적, 사회적 대가는 결국 우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과연 이런 전환에 필요한 광물을 지구는 공급할 수 있을까? 빌 게이츠가 원하는 대로, 완전히 기적적인 기술적 해법을 찾든지, 언젠가 근미래에 영화 『블레이드 러너』가 그려 냈듯 소행성대에서 광물을 채굴해 오는 꿈(이른바 우주공학이라는)이 현실화되기 전에, 우리는 이 유한한 지구의 지각에 매장된 광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대단히 위태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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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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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7월 15일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더 많은 광물이 필요하고, 이를 얻기 위해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하는 역설은 불가피한 것일가요? 아니면 다른 돌파구가 있을까요? 다른 해결책이 있어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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