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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픽션 '더 체인'ㅣ#16화. 천의(天意)

2025-10-30 정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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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각 선실로 대피하라"


“태풍의 이동 경로가 동해 쪽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서쪽으로 빠르게 기동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레이건호 부관이 함장에게 보고했다.

“최대한 빨리 함재기를 격납고로 이동하고, 갑판 위 선원들도 즉각 선실로 대피하라.”


레이건호는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거센 비바람과 높은 파고에 피해가 속출했다. 항모 위에 함재기가 연이어 추락했고 천둥 번개가 몰아치면서 전자장비의 오작동도 발생했다. 또 선체가 크게 흔들리면서 선실 내 인원들이 각종 장비와 벽에 부딪혀 부상자도 속출했다.


“함장님 비상 상황입니다. 원자로 냉각수 공급이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자칫 항모가 멈출 수 있습니다!”

한 부관이 다급하게 보고했다.

“전력 공급도 불안합니다. 엘리베이터로 함재기를 격납고로 이동하는 것도 불가합니다.”


이에 함장은 출력을 최대한 감압해 필수 장비만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생존이 최우선이다. 함재기들은 전부 포기한다. 계류 해제!”

함장의 지시가 떨어지자 함재기 철제 고정 장치가 일시에 풀려났다. 그러자 수십기의 함재기들이 일제히 금속음을 내면서 바다로 추락했다. 항모의 상부 무게를 줄여 기동력을 높이고 항모의 전복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최후의 조치였다.


태풍은 지나갔지만...


3시간 가량 사투를 벌인 끝에 레이건호는 태풍의 영향권에서 점차 벗어났다. 약 10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은 함장은 다시 제주해군기지로 향할 것을 지시했다.

“우린 도대체 누구랑 싸워 이 큰 피해를 본 것인가?”

함장이 텅 빈 갑판을 바라보며 안도와 탄식이 섞인 짙은 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저기 미국 항모가 다가옵니다.”

제주해군기지를 모항으로 사용하는 한국 해군의 제7기동전단 부관이 지휘통제실에서 레이건호를 보고 단장에게 말했다.

“맞이할 준비를 하시오. 부상자 이송이 시급하니 앰뷸런스부터 보내시오.”


레이건호가 대형 부두에 정박하자 항모에서 나온 앰뷸런스와 제주 전역에서 투입된 앰뷸런스가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내면서 부두 위를 바쁘게 오가며 중상자들을 병원으로 후송했다.

“전쟁이 따로 없구먼.”

삼엄한 경찰 병력 너머로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 주민이 혀를 차며 말했다.


제주해군기지 앞 숙소에 선 이한결은 하늘을 바라보며 탄식했다.

‘하늘이 인간을 벌하는 것인가 돕는 것인가?’

이한결을 시선을 바다로 돌렸다. 그의 눈에는 레이건호에 펄럭이는 성조기와 그 너머에서 헤엄치는 돌고래 무리가 동시에 들어왔다.


‘이것이 천의(天意)라면… 우리는 아직 답을 모른다.’


태풍은 지나갔지만, 지정학적 위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끝)


***

[글쓴이 주]

2027년 중국과 대만의 충돌, 미국의 개입, 그리고 한국·조선·일본·러시아 등이 엮여 있는 동맹의 체인이 맞물려 고조되는 동아시아 전쟁 위기, 위기를 지나 재앙으로 치닫는 기후변화, 그리고 배타적이거나 공유된 두려움…. 이들이 빚어 내는 대서사를 ‘리얼픽션’ 행태로 써 내려갑니다. 리얼픽션 '더 체인(the chain)'은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지금까지 벌어진 사건과 곧 일어날 수 있는 미래를 실감나게 전달하기 위해 필자가 도전해 본 영역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지난 줄거리

대만 해협의 포성은 거대한 전쟁의 서막에 불과했다. 미중 함대가 동아시아로 집결하며 일촉즉발의 상황,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진짜 위기는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다. 수화기 너머,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일본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한 순간, 그것이 완벽하게 설계된 함정의 시작이었음을 깨닫는다. '이것은 전쟁 행위'라는 북한의 섬뜩한 선언과 함께 동해에 나타난 러시아 함대. '사라예보의 총성'이 동아시아에서 재현되면서, 일본은 80년 만에 다시 전쟁이라는 악몽과 마주하는데...



북한 김정훈 위원장은 “조중우호 관계를 과시하면서도 전쟁의 불똥이 튀지 않게 할 방법”을 찾고자 한다. 미국은 대만 해협이 위기 상황이면 전투기, 핵항모 등 군사력의 입출입을 남한에 요구해 왔다. 최서희 대통령은 미국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분쟁에 연루되지 않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이 순간 최 대통령에게 전화 한 통이 오는데...



중국과 대만의 해상 대치 이틀째. 중국에 가까운 대만의 섬, 금문도에 있는 진먼대 류 교수는 서둘러 공항으로 이동했지만 공항은 폐쇄된다. 대만 라이창더 총통이 내린 비상명령권 발동에 대해 입법원의 승인 선거로 대만 정국은 국민당과 민진당으로 나눠져 혼란스럽다. 대만 전역에 사이렌이 울리고, 수백 기의 드론이...



대만 중국 군사 충돌 위기 리얼픽션. 이 시각, 한 일간지 신문의 편집국장, 기후팀장, 국방팀장이 회사 앞 술집에 모였다. 당초 초대형 태풍 발생 급증을 다룬 기사가 머리기사였다가 급하게 바뀌었다. 중국이 대만 땅 진먼다오에 샤진대교를 연결하겠다는 발표와 대만이 실력 저지하겠다는 소식으로 교체되었다. 중국이 회색지대 전술로 부전승을 노렸다며 중국의 의도, 대만의 응전, 미국의 개입을 조망한다.


평화연구소 소장 이한결이 2005년 미국 펜타곤을 방문해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대만 문제를 논의하며, 제주 해군기지와 평택 미군기지 이전 갈등 속에서 한국의 안보 딜레마를 고민한다.


중국에서 배로 30분 거리에 있는 대만의 국립진먼대에서 간담회가 열렸다. 이한열은 ‘민간 차원에서라도 양안의 긴장 완화를 중재하고 싶다’고 발표한다. 이에 대만 쪽은 낙담과 탄식뿐이다. 중국쪽 샤먼대에서도 의견을 밝혔지만 중국쪽은 양안 문제가 국제화되는 걸 꺼린다. 한국 사람 이한열은 왜 이 주제를 꺼냈을까?


중국과 대만의 학자들과 대만 해협을 둘러싼 토론에 이어, 일본에서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가 동아시아 평화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군비 증강을 요구하고 있고, 반면 러시아와 중국, 조선은 군비를 줄이거나 현상 유지를 말한다. 2026년 미국, 중국, 대만 모두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기로 진입하고 …


중국과 대만 사이 대만 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가고 있다. 중국, 대만, 일본, 한국의 연구자들이 참여한 ‘돌핀스 포럼’이 개최된다.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 민진당의 ‘대만미래결의문’을 살펴보며, ‘미래 세대의 선택’을 화두로 던지고 중국과 대만의 입장을 알아보고 교류 협력의 타협점을 이야기한다.


양안 문제와 기후위기 군축 필요성. 중국과 대만 양안 갈등으로 군비를 증강시키는 와중에 이한결은 그레이스 리를 COP31에서 만난다. 리는 한국계 미국인 청년으로 군사비 증가가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하며 군비통제를 통한 기후정의 실현을 촉구하자고 연설한다.


대만 해협 무력 대치 3일째, 오산 기지에서 미국 대형 전략 수송기 글로브마스터가 이륙했다. 중국의 전투기가 대응 출격에 나섰했다. 미 수송기가 고도를 낮추자, 중국 전투기의 경고가 날카롭다. “미국 전투기가 락온(Lock-on) 했다! HQ, 명령을 내려달라.”


중국 전략로켓사령부 소속 장교가 화급하게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고가 올라온다. 미국도 중국의 전략로켓군이 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하고 사일로를 개방했다는 보고가 올라온다. 일촉즉발 상태, 다행히 중국 첩보위성이 잘못 포착했다는 보고가 올라오지만...


미중 간 무력 충돌이 임박한 상황, 청와대 국가안보실에는 다른 불똥이 튀었다. 미국이 F-35를 추가 배치하고 제주해군기지에 핵항모를 기항할 예정이란 뉴스가 나왔다. 과거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투입과 한국군 역할을 요구했던 미국 측 담당자와 격론을 벌였던 이한결이 정보 유출로 의심을 받게 된다.


대만 해협을 두고 미중의 갈들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 초대형 태풍 두 개가 북상한다는 보도가 되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먼저 대치를 풀지 못하고, 점점 태풍은 빠르게 세력을 키우고 있다. 그 시간, 최서희 대통령은 긴급 호소문을 발표한다고 긴급 메시지를 남긴다.


태풍 피해를 막자는 최서희 대통령의 기자 회견 후, 미국과 중국 정부는 항모 전단을 철수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태풍에 쫓기는 레이건호. 간신히 피해 제주해군기지에 안전하게 계류하고자 입항하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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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평화네크워크 대표,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핵과 전쟁이 없는 세상, 모두가 공평하게 누리는 평화를 상상하고 궁리해 온, 평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1999년 평화네트워크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6~2007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방문학자로 한미동맹과 북핵문제를 연구했다. 20여년 동안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군축⸱반핵⸱평화체제를 천착한 공로로 리영희상(2020)을 수상했다. 현재는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과 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다. 『청소년에게 전하는 기후위기와 신냉전 이야기』(2023),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2023), 『미중 경쟁과 대만해협 위기』(2022), 『흥미진진한 핵의 세계사』(2020), 『김종대 정욱식의 진짜안보』(공저, 2014) 등 40여 권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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