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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집담회 | '기후국가 10대 과제' 연재를 마치며

2025-06-12 김복연 기자

대선 기획 기후국가 10대 과제를 준비한 기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10주 동안의 취재에 대한 소회를 나눴다. 10대 과제는 10개의 다른 주제이기도 하다. 주 마다 숨차게 달려온 기자들이 바라본 진짜 '기후국가'의 모습을 정리한다.

플래닛03 기자 왼쪽부터 김성희, 김복연, 최민욱.  사진 planet03
플래닛03 기자 왼쪽부터 김성희, 김복연, 최민욱. 사진 planet03

대선기획 | 기후국가 10대 과제 ⑨ 기후시민 AI 공론장

대선기획 | 기후국가 10대 과제 ⑩ 국민이 답하다, 기후국가로 가는 길


역대 첫 '기후정부'의 출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후언론'


12.3 계엄으로 조기대선이 결정되면서 플래닛03은 대선 기획을 준비했다. 총 10주간에 걸쳐 매주 '기후국가의 10대 과제'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외부 전문가 7인의 '대통령의 기후미션'도 시작됐다. 플래닛03은 '기후국가'의 개념을 만들어 냈다. 그동안 각 정당은 대통령 후보를 결정했고, 후보들의 기후 공약이 나오기 시작했다. 플래닛03에서 '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다룬 지 얼마 안되어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에너지고속도로'와 '기후에너지부' 설치가 공약으로 발표되었다. 6월 3일 선거가 끝났고 각 신문들은 '역대 첫 기후정부'의 출범을 알렸다. 우리는 '기후정부'가 해야 할 일을 찾아 지금도 기사를 쓰고 있다.

Q1. 이번 기획을 준비하며 느낀 점은 무엇이었나.


최민욱

저는 ‘기후 에너지부를 제안하다’, ‘탄소 감축, 주민참여 제도화’, ‘기후시민 AI공론장’ 등 여러 꼭지를 맡았습니다. 주제별로 공부가 많이 되어 있든 부족하든 힘든 건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공부의 정도가 일의 수월함을 보증하진 않았어요. 기사 내용이 정치에 요구하거나 정책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정치나 정책에 큰 기대를 갖지 않는 편입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내 삶이 크게 달라질 거라는 확신이 없어요. 그래서 더욱 내가 맡은 역할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의민주주의에 기대를 걸기보다는, 내 입장과 실천이 분명해야 한다고 여기는 입장입니다. 다만 기사를 준비하면서 이런 태도 때문에 내 관점이 부족하진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더 깊이 있는 시각을 갖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김복연

저는  ‘한반도 기후평화’, ‘강과 물 정책의 대전환’, ‘기후시민 AI 공론장’을 맡았는데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기후 전문 매체에서 일하지만, 각 주제마다 새로 공부해야 했고, 특히 정책이나 제도 관련 용어에 익숙해지기까지 애를 먹었습니다. 자료를 아무리 모아도 확신 없는 정보는 기사에 담지 않으려 했고, 출처의 신뢰성을 따지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기자로서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언어 사용과 쓰임에 대한 개인적 이해도에 차이가 있어서 그 조율을 하는 것도 쉽진 않았습니다. 기후위기라는 조금은 추상적일 수 있는 단어가 어떻게 구체성을 가질 수 있는지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드러난 건 좀 미비했던 것 같아요. 


김성희

저는 '보호지역 재설계', '해양국가 로드맵', '한반도 기후평화' 등의 주제를 맡았습니다. 처음에 "기후국가 10대 과제"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막막함이 앞섰어요. 정책의 방향과 맥락을 파악하는 일은 정말 어려웠고, 왜 이런 정책 방향이 나왔는지, 그 개념이 무엇인지 처음부터 다시 맥락을 따라가며 시작해야 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10대 과제를 다시 바라보니, 각기 다른 주제들이 결국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하나의 큰 그림으로 완성되어 간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제가 맡은 꼭지도 작지만 의미 있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기획이 단지 정보 전달을 넘어 사회적 상상력을 넓히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Q2. 기사 작성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김복연

모르는 것에 대한 답답한 마음을 빨리 내려 놓고 자기 수준을 빠르게 인정하는 것!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게 필요했어요. 아는 척 하는 것 말고요. 이해가 잘 안 되는 지점이 오면 그건 지금 내 시간과 역량 안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거죠. 전문가가 아닌 이상 모든 걸 깊이 파고들 수 없으니, 내가 이해한 만큼만 정확하게 쓰려고 했어요. 자료를 아무리 많이 모아도 확신 없는 정보는 기사에 쓸 수 없었고, 출처의 신뢰성과 시간의 압박 사이에서 늘 고민했습니다. 특히 ‘기후시민 AI 공론장’ 기사에서는 기술이 모든 걸 해결할 것처럼 보이는 착각에 빠지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가능성이 있다거나 희망적이라는 표현을 최대한 배제하려 했습니다.


최민욱

공부가 부족해 날카로운 포인트를 잡기 힘들었고, 각 기사마다 관점이 미세하게 달라 내 관점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웠습니다. 내가 쓴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관점이 일관되지 않은 점이 아쉬웠어요. 여러 꼭지를 쓰다 보니 방향성이 중구난방이었고, 더 깊이 알았다면 포인트를 잡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용어에 대한 예민함도 힘들었는데, 정책이라는 말 자체가 제 머릿속에서 불분명해서 개념부터 다시 찾아야 했어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이지만 막상 스스로 정의 하려면 뭔가 애매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그런 부분은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해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김성희

민욱 기자가 욕심이 많아서 그래요. 하하. 저도 다른 기자님들과 비슷한 지점에서 어려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특히 ‘잘 판단하는 것’이 더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무리해서 현상이나 제도에 대한 전망을 덧붙이기보다는, 내가 지금 이해한 범위 안에서만 확실하게 쓰자고 다짐했어요.

그렇다고 마음이 편했던 건 아닙니다. ‘이건 더 파고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들 때도 많았고, 출처나 문맥을 하나하나 검토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가 있더라고요. 자료가 많다고 해서 다 쓸 수 있는 건 아니고, 오히려 무엇을 덜어내야 더 잘 보일지를 판단하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이번 작업을 통해 많이 느꼈습니다.


Q3.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있는 주제는


김성희

저는 원래 물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라, ‘해양국가 로드맵’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이 유독 즐거웠어요. 특히 제종길 박사 님과 인터뷰에서 맨발로 물가를 거닐던 유년의 기억이나, 바다의 친수성이 해양 보호로 이어진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고, 해양정책이 단순한 제도 설계를 넘어 사람의 감각과 경험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통찰을 담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처음엔 다소 이론적으로만 느껴졌던 ‘해양국가 로드맵’이라는 개념이, 점차 국민의 삶과 맞닿아 있는 현실적인 전략으로 생각되었고, 해양의 생태적 가치, 교육과 체험이 가지는 힘, 그리고 지방정부의 역할까지 기후 정책을 구성하는 데 있어 이 모든 요소가 서로 연결된 퍼즐 조각처럼 느껴졌습니다. 기회가 있다면, 해양에서 벌어지는 구체적 사례들에 대해 더 공부해 보고 싶습니다.  


최민욱

내가 관심 있는 주제와 국가적 의제가 다를 수 있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저는 인식 개선, 특히 '기후위기'라는 말이 체감되지 않는다는 점에 관심이 많아요. 데이터로는 알 수 있지만, 실제로 느끼는 건 어렵죠.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해 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기후우울' 같은 현상의 원인을 탐구하고 싶습니다. 미디어에서 기후우울을 많이 다루지만, 실제로 왜 이런 감정이 생겼는지는 잘 다루지 않는 것 같아요. 교육이나 사회 분위기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텐데, 이런 근본적인 부분을 깊이 들여다 보고 싶어요.


김복연

기후위기라는 담론이 너무 추상적이고, 실제 생활에서 체감되지 않는다는 점이 늘 고민이었어요. 언론이 이 간극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사실 기후문제와 연결되어 있음에도 그렇게 인식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기후 리터러시가 부족하다는 걸 절감했고, 기자로서 다양한 언어와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낼 필요성을 느꼈어요. 또 지방정부 기획을 하며, 서울 중심이 아닌 지역의 삶과 정책, 그리고 그 안에서 나타나는 구체적 사례들에 더 관심이 생겼습니다. 정성헌 이사 님의 마을 사례가 아주 잘 보여 준다고 생각했어요. 배추 도둑 맞은 사건으로 살인까지 이어지는 사건이 기후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해 주신 것을 보면서, 이런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Q4. 반대로 관심이 적거나 힘들었던 분야, 그리고 새롭게 배운 점이 있다면


김성희

‘한반도 기후평화'가 가장 어렵게 다가왔던 분야였지만 동시에 관점을 전환해 주는 배움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처음엔 방법도, 접근도 막막했고, 추상적인 개념이 많아 어떻게 기사를 풀어야 할지 감이 전혀 잡히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현장에서 만난 정성헌 이사장 님의 “평화란 나부터 시작된다”라는 이 한 마디가 전체 주제를 관통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한반도 평화’, ‘기후평화’라는 개념이 멀게 느껴지는 주제가 아니라, 내 일상과 마음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김복연

탄소 배출 시스템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기사만 읽었고, 나중에 더 공부해 보고 싶습니다. 남북 문제도 세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편이었는데, 실제로 취재하며 북한의 시스템 붕괴 등 구체적 현실을 알게 됐습니다. 통일이라는 말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댐 문제 등 구체적인 사안을 취재하면서 북한의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 민족적 이해보다는 인도적 관심을 좀 더 가져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봤어요. 통일이라는 말 속에 한민족이라는 정서가 너무 녹아 있어서 이념이 다른 것에 대한 적대감이 팽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최민욱

저도 남북 문제에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거의 없어요. 통일이라는 말 자체가 와닿지 않고, 오히려 국교 정상화 정도가 현실적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통일이란 말이 감정의 부호를 키우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또 강과 물 정책 취재를 더 해 보고 싶었는데, 현장 취재를 못 한 게 아쉬웠어요. 산과 강, 바다 등 자연환경이 정책적으로 너무 분절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느꼈습니다.


Q5. 이번 기획을 통해 갖게 된 문제의식이나 지향점은 무엇인지


최민욱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봅니다. 예산을 쓸 때 탄소 배출·감축 효과를 명확히 태깅해야 하는데, 현실에선 잘 이뤄지지 않아요. 정책 실행의 시작은 예산에서 출발하는데, 예산과 계획이 따로 놀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모든 예산 집행에 탄소 배출·저감 효과를 태깅하는 시스템이 국제적으로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연결고리가 너무 느슨해서, 정책 효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느꼈습니다.


김성희

해양, 보호지역, 지방정부 등 각 분야가 제각각 움직이는 구조 속에서는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분명했어요. 통합적인 정책 조정과 실행이 가능한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꼈고, 이번에 신설되는 기후에너지부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예산의 투명한 집행, 실행력 확보, 중앙-지방 간 권한 재배분은 앞으로 꼭 짚어야 할 핵심 과제라고 생각해요. 기존 부처 체계만으로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인식은 이미 형성되어 있다고 느꼈고, 앞으로의 정책 구조 개편 역시 계속 팔로우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복연

국가가 기후 관련 정보를 시민에게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시민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시민이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정보의 접근성, 참여의 용이성, 그리고 시민이 직접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책의 시작은 예산의 투명성에서 출발하지만, 그 결과가 시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닿을 수 있도록 세심한 시스템이 필요해 보입니다.


Q6. 마무리하며


김성희

이번 기획을 통해 정말 많은 걸 배웠고, 앞으로도 정책 변화와 현장의 목소리를 꾸준히 취재해 나가고 싶습니다. 각자의 고민과 현장의 목소리가 더 많이 사회에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최민욱

기후 문제는 정권이 바뀐다고 5년, 10년 만에 끝나는 게 아닙니다. 정책적 일관성과 꾸준함이 필요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책을 뒤엎지 말고, 시민들도 견제와 참여를 이어가야 합니다.


김복연

기후 문제는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된 삶의 문제라는 점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다양한 목소리와 사례를 발굴해 나가고 싶습니다. 4월부터 두 달 여 동안 많은 공부와 고민으로 힘드셨을 텐데 감사하고, 앞으로도 꾸준히 그리고 조금은 천천히 달려가고 싶습니다.

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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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2일 전

계속 화이팅 입니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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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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